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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中, 남중국해서 美 함정 차단법 발효 “사전통보 않으면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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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7일 알레이버크급 미 해군 구축함 키드함(DDG 100)과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군함용 소정 먼로함(WMSL 755)이 자유의 항행 작전 수행을 위해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 7함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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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일부터 남중국해를 포함한 자국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 ‘해상교통안전법’ 수정안을 발효한다. 이는 남중국해를 영해화하려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 중인 미군 함정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인 만큼 미·중 충돌 가능성을 더 높이게 됐다. 또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 해양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주변국과의 갈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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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 지도. 영해는 발해(내해)와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3대 주변 해역으로 구성되며 해안선은 1만8000㎞, 내해와 주변 해역 면적은 총 470만㎢이며 관할 해역에 7600개의 도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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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사국은 앞서 지난 29일 ‘해상교통법’ 수정안 시행을 공지하고 9월 1일부터 중국 영해에 진입하는 다섯 종류의 외국 선박은 반드시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잠수기기·핵동력 함정 등 사전 통보



공지에 따르면 잠수기기, 핵동력 선박, 방사성 물질 운반 선박, ‘유류·화학물질·액화 기체 등 유독·유해 물질을 탑재한 선박’, ‘법률과 행정법, 국무원이 규정한 중국 해상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타 선박’이 신고 대상이다. 해사국은 이들 선박은 반드시 선박명, 콜사인, 국제해사기구 고유번호와 해상통신식별번호, 출발 항구와 목적지 등의 정보를 웹사이트나 e메일, 팩스, 전화 등의 방식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만일 위험 물질을 탑재한 선박일 경우 유엔이 규정한 번호 및 오염 유형과 탑재량 등을 포함해야 한다. 해사국은 요구 사항을 보고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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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일 발효되는 중국 해상교통안전법 수정안에 따라 중국 해사국이 29일 공개한 선박 사전 신고 웹사이트. 잠수기기, 핵동력함정, 방사성 물질 운반선박 등 5종류의 선박이 중국의 ‘관할해역’을 항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웹사이트, 이메일, 전화, 팩스 등을 통해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중국 해사국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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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 조치를 자국 해상 활동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취지로 주장했다. 캉린(康霖) 중국 국가남중국해연구소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규정은 법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연안 12해리 이내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역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미군, 중국에 통보 가능성 없어



따라서 이번 해상교통법 수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항행의 자유’ 원칙에 따라 남중국해를 자유롭게 오갔던 미국 군함은 중국이 영해로 주장하는 해역을 지나기에 앞서 중국 당국에 사전에 군함의 종류와 항로 등을 통보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권을 인정하는 게 된다. 미군 핵추진 잠수함이 사전에 중국에 통보하고 남중국해에서 작전할 가능성은 전무한 만큼 남중국해의 긴장 수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국제관례 ‘무해통항’ 시험대에



중국은 이번 해상교통법 수정안 발효로 국제관례인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개념을 시험대에 올렸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168개국이 비준한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은 해안 기준선에서 12해리 해역을 영해로 규정하며 군함을 포함해 외국 선박이 평화·주권·위법 혹은 오염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무해통항’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의 이번 수정안이 특정한 핵동력 선박에 주목했다. 미국 핵 항모의 무해통항 권리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중앙통신사는 분석했다.



“미 항모 공격하겠다는 건가”



새로운 법안 적용에 대해 대만은 ‘새로운 시한폭탄’이라며 반발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 안전연구원의 쑤쯔윈(蘇紫雲) 군사전략 및 자원연구소 소장은 해상교통법 수정안이 규정한 ‘관할해역’은 “중국 내수,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 중국 관할 기타 해역”을 모두 지칭한다며 ‘연해수역’ 보다 정의가 확대됐다고 비난했다.

대만 정치권도 반발했다. 왕딩위(王定宇) 대만 민진당 입법위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중국의 수법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조치”라며 “중국에 국제적인 ‘민폐 제조국’이란 호칭만 돌아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왕 위원은 자유시보에 “중국이 최근 파견된 미 항모 칼빈슨함을 공격하겠다는 말인가”라며 “결국 주변의 약소국만 괴롭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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