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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 사장 극단적 선택 둘러싸고 ‘갑질’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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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연합 "불법행위 멈추고 대책 마련하라" VS 노조 "개선 요청 과정서 발생"

세계일보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대리점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경기 김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모(40)씨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하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대리점연합 측은 31일 “어떠한 위로도 유족의 아픔을 달랠 수는 없겠지만,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이씨를 괴롭힌) 조합원의 만행을 밝히고 처벌이 내려지도록 변호사 선임 등 적극 돕겠다”며 “(택배 노조는)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한 사람을 죽음의 끝까지 몰고 가는 집단적 괴롭힘·인신 공격·폭행·폭언 등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책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갑질은 택배 노조가 하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배 노조와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별 택배 대리점은 ‘최하위 계층의 또다른 을’”이라고 읍소했다.

택배 노조 측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노조 측은 “(이씨가 운영하는) 해당 대리점과 노조의 갈등은 수년 동안 거의 지켜지지 않는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원청인 CJ대한통운 측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아 택배 표준약관과 원청 규정에 위반된 상품에 대해 조합원들이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청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약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물품배송을 계약하고 노조가 시정을 요청하면 책임을 대리점에게 전가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었다”며 “대리점연합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경찰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비극적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53분쯤 김포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 쓰러져 있는 40대 이씨를 아파트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씨는 지난 4월 말쯤 택배 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옷 주머니에 A4 용지 2장 분량으로 남겼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그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대리점연합 측은 유족과 함께 노조원들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이씨는 아파트 고층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족이 수사를 의뢰하면 유서 내용에 관해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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