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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타이완, 보고 있나?” 美 아프간 철수 후, 中이 조롱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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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하고 철군한 미국을 조롱하며, 이를 타이완 상황에 비교한다. 글로벌타임스는 ‘아프간 포기는 타이완의 (집권) 민진당에 대한 교훈’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 국방부 안보협력센터의 조우 보 소장도 지난달 20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과 서방의 아프간 정책은 수치스럽게 끝났지만, 아프간인들에게 혜택이 되는 투자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다르며 탈레반도 중국의 투자 보호를 약속해, 중국은 ‘제국의 무덤’이라는 저주를 끊어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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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키드'와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 '먼로'가 동중국해를 지나, 8월 27일 타이완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28일 미 해군 전함들의 대만해협 통과를 "도발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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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는 2일 “타이완과 아프가니스탄을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확대된 논리로, 중국의 희망사항”이라며 “이후 아프간 상황에 대해 중국이 조바심을 내고 있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에서 풀려난 미국이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투자와 관심을 집중하고, 이슬람 테러가 아프가니스탄과 접한 중국 위구르 지역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중국이 갖는 우려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타이완‧아프가니스탄의 전략적 비교는 터무니없어

시카고 소재 ‘글로벌어페어즈 협회(Council)’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982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52%)의 미국인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미군을 보내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53%는 타이완과의 공식 외교관계 복원을 선호했다.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의 카리스 템플턴 연구원은 이 잡지에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주변적이지만, 오랜 기간 정치‧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온 타이완은 미국에게 근본적으로 다른 이슈”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 보인 태도는 타이완에 보일 태도에 대해 중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타이완 점령은 일본과 필리핀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중국에게 미국‧일본‧한국 등이 이용하는 남중국해 운송 루트를 통제할 기회를 제공해 전략적으로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또 타이완 점령은 중국에게 반도체 제조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준다.

◇중국이 두 나라를 ‘비슷하게’ 비교하는 진짜 이유

아시아의 안보와 정책 이슈를 다루는 비(非)정부기관 ‘프로젝트 2049’의 비상임연구원인 제시카 도런은 “중국은 이런 비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미국은 믿을 수 없고, 글로벌 플레이어의 역할을 서둘러 포기하고 있다’는 선전의 ‘땔감’으로 사용하고, 미국 내에서도 지금껏 민주‧공화 양당이 모두 지지한 타이완 정책에 정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49년은 중국 건국 100주년이자, 시진핑 주석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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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미 공군기로 타이페이 송산 공항에 도착한 태미 덕워스(민주‧휠체어에 앉은 사람)를 비롯한 3명의 미 연방 상원 일행을 조지프 우 타이완 외교부 장관(오른쪽 세번째) 등이 맞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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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비교 전술’은 미국과 타이완에서 일부 먹힌다. 아프간 철군 이후에, 미국에선 “타이완은 조 바이든이 보호해 주리라고 믿어선 안 된다”(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리더십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완에서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는 목소리가 나온다. ‘타이완 방어’를 정파적 공격 수단으로 쓴다. 그런가 하면, 미국 좌파의 반전(反戰)단체들은 타이완에 대한 미국 무기 수출 금지를 요구한다.

중국의 심리전은 타이완 정국에도 분열을 부추겼다. 친중(親中)적인 국민당은 “아프간 사태로 미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타이완의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은 “적(중국)의 위신을 세우고, 국토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낮게 보는 이들[국민당]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중국은 또 오바마 행정부 때 천명했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중동에 묶여 충분히 실현할 수 없었던 ‘아시아로의 전환(pivot to Asia) 정책’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독일 마샬 펀드’ 연구원인 앤드류 스몰은 이 잡지에 “중국은 카불 공항의 절망적인 이미지를 동원해, 미국의 우선순위 재조정을 ‘초라한 실패’로 묘사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미국이 아프간에 묶인) 지난 20년간 중국에게 열렸던 기회의 창(窓)이 지금 분명히 닫히고 있다는 것을 중국도 안다”고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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