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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美 철군 일주일…탈레반의 아프간,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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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체제 앞둔 과도기 혼란…소련 철군 직후 오랜 내전 반복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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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환전상들이 다시 문을 연 환전 시장서 북적거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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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 종전이 일주일을 넘어섰다. 미국은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20년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철군했고,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새 체제를 꾸리고 있다.

사회 전반에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1990년대 초반 소련 철군 직후 아프간이 겪은 오랜 내전이 반복될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탈레반은 일단 임시정부라도 발표해 사회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탈레반 체제와 미 군정기 변화한 아프간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임시정부 구성 임박

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저항 세력의 최후 거점 판지시르에 탈레반 깃발을 꽂은 직후였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승리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제 전쟁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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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탈레반 저항 세력의 최후 거점 판지시르에 2021년 9월 6일 탈레반 깃발이 걸렸다. 판지시르는 1996~2001년 탈레반 1기 체제 때도 저항 세력 북부 동맹이 관할했던 지역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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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최종 결정이 내려졌고, 우리는 현재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새 정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될 아프간 새 정부는 향후 변화를 염두에 둔 임시 정부 형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곧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군 철수 직후 발표하겠다던 새 정부 구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추후 변화를 염두에 둔 '임시 정부'라는 단어는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내부 권력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아쿤드자다 바로 아래에 위치한 2인자 3인 가운데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인물로 분류되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강경파 테러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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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 뉴스1 자료 사진


탈레반내에서 정무 지도자로 임해온 바라다르가 총리격인 내각 총책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새 정부에서 하카니 네트워크 등 강경파의 지분이 얼마만큼 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고, 분쟁 시 충돌도 예상된다.

탈레반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파이즈 잘란드 카불대 교수는 엘파이스지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지배 구조는 중앙집권적 정부가 아닌, 각각의 분파가 각 주를 하나씩 맡게 될 것"이라면서도 "아프간 주는 34개인데, 모든 분파를 만족시키려면 80개의 관할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레반 "전국 장악"…저항군 "투쟁 지속"

혼란은 탈레반 외부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반(反) 탈레반 민병대와 전 아프간 정부 보안군으로 결성된 민족저항전선(NRF)을 이끌고 있는 아흐마드 마수드는 전일 녹음 연설을 통해 투쟁을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마수드는 탈레반 집권 1기 '아프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북부동맹)'을 결성해 항쟁하다 2001년 9·11을 이틀 앞두고 암살된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이다. 마수드 장군의 투쟁으로 당시 탈레반은 전체 10% 정도의 북부 지역을 북부 동맹의 관할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마수드는 "탈레반은 아프간을 후퇴하고, 구악에 찌들며, 문명과 예술을 빼앗기고 단결과 연대가 결여된 나라로 만들 것이다. 정치경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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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판지시르에서 반 탈레반 저항군이 군사 훈련을 하던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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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 분파 IS호라산(IS-K) 등도 일정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아프간이 과거 소련 철군 이후처럼 내전에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프간은 과거 소련이 '10년 전쟁'을 마치고 철수한 1989년 이후 1996년 탈레반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무자헤딘(전사) 세력 간 충돌로 긴 내전을 겪은 바 있다.

◇사회 가동 재개했지만…

이날 카불 대학이 속속 개강했지만 출석률은 10~20%에 그쳤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전일 탈레반 교육 당국이 여대생의 니캅·아바야 착용과 남녀 분리 수업 등을 전제로 '약속했던' 여성 교육을 허용했는데, 등굣길 안전 우려 등 공포심은 여전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카불 이븐시나대 경제경영학과는 남녀 학생들이 회색 커튼으로 분리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여학생들은 얼굴만 내놓은 채 몸을 다 가린 아바야(차도르)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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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이븐시나대 경제경영학과의 2021년 9월 6일(현지시간) 수업 모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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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대피 행렬과 함께 이뤄진 인재 유출은 이제 아프간 학계의 또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알리 라마니 가르지스탄대 총장은 학생들의 30%가 아프간을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아미르 후세인(28)은 "탈레반 점령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학생들은 미래가 불안해졌기 때문에 더이상 공부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아프간을 떠나고 싶어할 뿐"이라고 전했다.

당장 경제 가동이 멈춰선 상황에서 식량 위기 등 인도주의적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해 아프간은 가뭄을 겪은 터라 식량 등 원조가 절실한 상황인데, 탈레반 장악 후 각국은 아프간과의 외교관계 재개 여부를 아직 고민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의를 소집, 아프간 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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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2021년 9월 6일 농부들이 경작하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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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국경 개방 약속이 지켜질지도 관심사다. 이날 미 당국자를 통해 미국인 4명이 육로를 통해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의 정확한 이동 경로와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탈레반이 이들의 월경을 막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발 항공기의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관리하던 공항 시설 운영은 인근 카타르에서 탈레반의 요청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자히드 대변인은 SBS 8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후 복구 및 산업화 경험을 토대로 아프간 개발 과정에 한국의 도움과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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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북동부에 위치해 있던 미 중앙정보국(CIA) 기지의 2021년 9월 6일 모습은 2001년 10월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20년 전쟁'이 끝났음을 보여준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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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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