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 행정 고발 위해 신고하니 관련 부서가 답변
금감원 "1차는 원래 담당 부서가 처리, 문제없다"
감독당국, 법상 감독대상 아니나 피해회복 노력중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불 사태를 불러온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한 감독 소홀로 국민권익위원회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고를 넘겨받은 금감원이 감사부서가 아닌 해당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처리해 피해자들 사이에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권익위와 금감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로 피해를 입은 A씨는 최근 권익위가 운영하는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금감원을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미등록업체인 머지포인트가 유사결제기능을 제공하는데도 관리·감독의 주체인 금감원이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소극행정 신고센터는 적극 행정을 공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2019년 3월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마련한 ‘적극행정 추진방안’의 일환이다. 권익위가 2019년 3월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소극행정을 접수받아 국민권익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공무원 편의주의, 복지부동, 탁상행정, 관중심 행정 등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하면 신고할 수 있다. 형식만 갖춰 규정에 맞는 일만 하거나, 주어진 고유 업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소극행정에 포함된다.
원칙적으로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고발이 이뤄지면 절차에 따라 소관기관의 감사부서에 이첩된다. 소극행정을 신고했는데 관련부서가 처리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감사부서는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사실 결과를 파악한 뒤 사후처리를 해야 한다. 결과는 곧바로 민원인에게 통보된다.
"머지는 금감원 감독대상 아니다" 답변에 피해자들 '부글부글'
금감원은 관련 내용을 담당 부서로 이관했다. 소극행정을 고발하기 위해 신고했는데 관련 부서에서 답변을 한 셈이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왜 소극행정 민원을 관련 부서에서 처리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권익위도 폭넓게 소극행정을 분류하고 있는데 담당부서가 넘겨받는 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불만이다.
반면 금감원은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은 소극행정 민원으로 접수됐다 하더라도 요건에 따라 일반민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법령이나 절차에 대한 질의거나 단순 진정·불만 제기가 대표적이다. 적법한 기한 내 처리 중인 사안이면 이행을 촉구하는 질의로 판단해 일반민원으로 바꾼다. 민원인에는 "국민신문고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신고해 주신 내용을 검토했다"며 "그 결과 소관 담당부서에서 답변을 드리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민원처리가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된다"며 "모든 소극행정이 감사부서에서 처리되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차 민원이면 권익위 기준도 담당 부서에 넘기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답변을 되풀이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민원답변으로 "해당 업체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감원의 감독·검사 대상이 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 사태 초기 전금법 등록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처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론과 국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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