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평균 이하 전락' 이영하, 그동안 무슨 일 있었던 걸까[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두산 이영하가 LG와 더블 헤더서 2경기 연속 승리 투수가 됐다. 불펜 투수로 등판해 각각 1.2이닝과 2.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모두 승리를 안았다.

두산이 기대했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첫 경기서는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두 번째 등판에선 완벽한 투구를 했다.

이영하는 올 시즌 10점대가 넘어가는 평균 자책점으로 고전했다. 승리도 고작 1승에 불과했다. 과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매일경제

두상 이영하가 최악의 부진으로 바닥을 쳤다. 이제 반등을 노리고 있는 상황.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진=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하가 최고의 성과를 거뒀던 시즌은 2019시즌이다. 이영하는 그 해 17승(4패)을 거두며 한국을 대표할 만한 우완 에이스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후 극심하 슬럼프에 빠졌다. 10승을 커녕 5승 이하의 승리를 거두는데 그쳤다. 마운드에서 전혀 자신의 몫을 해내지 못했다.

공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위는 오히려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최악이었다.

그래서 2019년의 이영하와 2021년의 이영하를 비교해 봤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에 의뢰해 2년 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이영하가 왜 부진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기록은 하루에 2승을 거두기 전까지의 데이터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하는 2019시즌에 비해 패스트볼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구속 증가가 이유로 꼽힌다. 2019시즌 보다 빨라진 구속을 보였다.

2019시즌 144.4km였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1시즌 145.0km로 0.6km가량 더 빨라졌다. 아주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지만 패스트볼의 구위는 좋았을 때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피안타율에게는 큰 차이가 있었다. 0.252이던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무려 0.411까지 크게 치솟았다. 피 OPS도 0.691로 대단히 좋았지만 올 시즌엔 1.127로 높아졌다. 패스트볼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기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플리터가 크게 줄어든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2019시즌엔 스플리터 구사 비율이 14%였다. 하지만 2021시즌엔 4%로 떨어졌다. 스플리터 피안타율이 제로 였음을 감안하면 스플리터를 지나치가 아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시즌의 이영하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사실상 투 피치 투수였다. 그러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9시즌 5.9%에 불과했던 패스트볼 강한 타구 허용 비율은 2021시즌 17.1%로 크게 높아졌다.

슬라이더도 좋은 먹잇감이 됐다. 5.8%에 불과했던 강한 타구 허용 비율이 2021시즌엔 26.2%로 수직 상승했다. 투 피치 유형으로 단순화 하며 강력하게 상대를 압도하려 노력했지만 상대의 노림수에만 걸리는 악영향을 미쳤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하는 좌.우 타자를 상대로 다른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가 약점으로 드러났다.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83으로 그나마 우타자들에게 쓸 수 있는 구종 노릇을 했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피안타율이 0.316으로 높아졌다. 피OPS가 0.979나 됐다.

우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강한 타구를 허용하는 비율이 29.4%로 대단히 높았다.

좌타자에겐 패스트볼이 최악이었다.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560이나 됐다. 구사하는 족족 안타가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OSP가 1.421이나 됐다. 특히 장타 허용이 많앗는데 좌타자에게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피장타율은 무려 0.780이나 됐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로케이션의 문제였다. 제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안타와 장타를 허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영하의 2021시즌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칭맵을 살펴봤다. 존 안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더의 비율이 42%나 됐다. 가운데서 바깥족 스트라이크 존으로 몰려 들어오느 공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하나 정도 빠지면서 유인할 수 있는 공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유인구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햇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찌감치 손에서 빠지며 볼이 되는 비율은 49%나 됐다. 49%의 존에서 빠지는 공은 헛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었지만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가 헛스윙을 유도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변화구의 헛스윙 비율로는 낙제점이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패스트볼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형성되는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패스트볼이 주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 할 수 없었다.

피칭 맵을 보면 대부분의 공이 좌타자의 가운데로 몰려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볼이 되는 공들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다.

존 안에 형성되지 못한 패스트볼은 무려 44%나 됐다. 타자를 속일 수도 없는 패스트볼이 볼 존으로 흩날리며 고전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거의 유인구 수준으로 볼이 많이 나왔다. 존 안으로 승부를 걸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패스트볼로는 낙제점이나 다름 없었다.

12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A팀 전력 분석원은 이영하의 데이터를 보여주자 "이영하의 로케이션이 흔들린다는 데이터는 모든 구단이 갖고 있다. 좌.우 타자에 따라 성향이 달라진다는 데이터도 사실상 공유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좌타자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우타자는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가 슬리이더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영하가 좀 더 다양한 구종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플리터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데 2019시즌엔 스플리터도 꽤 위력적인 구종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진 배경은 알지 못하지만 지금은 너무 투 피치에 의존하고 있다. 구종별로 성공률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대에게 노림수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가 뭘 노리는 지를 분석하고 그와 반대되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안 풀렸는지를 분석하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은 "올 시즌 이영하의 좌/우타자별 상대 성적을 분석해봤는데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로는 패스트볼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특히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의 피안타율 매우 심각했다. 이를 토대로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와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의 로케이션을 살펴본 결과 스트라이크 인존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볼 하나 빠진 존에 대한 구사율이 현저하게 떨어져 인존과 아웃존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올 시즌 이영하의 9이닝당 볼넷 허용은 7.68개로 개인 커리어 중 가장 좋지 못하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비중이 높은 투피치 투수이기에 두 구종의 급격한 성적 하락이 올 시즌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영하가 슬럼프에서 완전히 탈출하려면 좌타자 상대 패스트볼과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의 로케이션이 좀 더 완벽하게 이뤄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좌.우 타자를 상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함을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과연 이영하가 이 변화를 받아들이며 진정 두산이 기다리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잠실)=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