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의 리그’된 공모주
7월 기관 보호예수 강화후
상장 첫날 주가 급등 늘어
0.17주 배정에 그친 종목도
현금 부자들만 돈버는 셈
한화증권이 주관한 공모주
시스템 오류에 보상 실시
7월 기관 보호예수 강화후
상장 첫날 주가 급등 늘어
0.17주 배정에 그친 종목도
현금 부자들만 돈버는 셈
한화증권이 주관한 공모주
시스템 오류에 보상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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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노믹스는 2000만원을 넣어 겨우 1주를 받았고, 아크릴도 1800만원을 납입해 딱 1주를 받았어요. 상장 첫날에 받아서 연말에 오마카세 외식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어림도 없네요.” (30대 개인투자자 홍 모씨)
11월 이후 코스피가 2% 넘게 하락하며 횡보장세가 계속되자 일단 물량만 받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연일 커지고 있다.
하루 만에 코스피가 1.5% 넘게 빠졌던 지난 18일에도 새내기주인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알지노믹스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에 성공했다.
2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한 주요 9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174.6%, 종가 수익률은 142.9%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강화를 골자로 한 7월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에 따라 기관 배정 물량의 30% 이상은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일단 물량을 받고 봐야 하는 기관들이 적어도 15일 이상은 의무보유하려는 경우가 늘면서 상장 직후 최소 2주 정도는 물량이 크게 잠기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까지 9.8%였던 기관의 확약 비중이 제도 변경 이후 48.1%(11월 기준)까지 올랐다”며 “유통 물량이 감소하며 상장 초기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역설적이게도 공모주가 상장 첫날에 손실을 보기 어려운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청약 경쟁도 불붙고 있다.
그러자 적은 증거금으로도 공모주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의 균등 배정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도입 초기만 해도 평균 1주를 넘긴 균등 배정 주식 수가 최근 1주를 밑도는 경우가 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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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상장한 반도체 장비용 소재·부품사 씨엠티엑스는 균등 배정 주식수가 0.26주에 불과했다.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 10명 중 7명은 균등으로 1주도 배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 밖에 세나테크놀로지는 균등 배정 주식수가 0.17주(KB증권 기준)에 그쳤으며 알지노믹스(0.47주), 페스카로(0.49주, NH투자증권 기준), 큐리오시스(0.49주)도 균등 배정을 받지 못한 투자자가 더 많았다.
증거금을 많이 넣는 만큼 물량을 더 배정받을 수 있는 비례 배정도 ‘하늘의 별따기’인 건 마찬가지다. 비례 경쟁률이 3670대1에 육박했던 씨엠티엑스를 1주 받으려면 1억원이 넘는 증거금이 필요했다.
그 밖에 세나테크놀로지(약 5100만원), 큐리오시스(약 4800만원), 알지노믹스(약 4400만원), 이노테크(약 3500만원) 등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증거금을 내야 겨우 한 주를 받을 수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증거금 납입이 필요 없는 100% 균등 배정이 이상적일 수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펀드에 가입해 간접 투자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청약 경쟁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 못 이겨 증권사들은 빠르게 자체 보상안을 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는 분위기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2일 페스카로 균등 배정 누락 청약자들에게 공모가(1만5500원)와 상장일 기준 최고가(4만7000원)의 차액인 3만1500원씩을 보상했다.
지난 1~2일 한화투자증권 주관으로 진행된 일반 청약 균등 배정 결과 최소 청약한 이들에게 배정이 과도하게 몰린 정황이 포착되면서 투자자 항의가 폭주했다.
결국 한화투자증권이 내부 점검을 거친 결과 실제로 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확인하고 보상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영증권도 지난 3일 회사가 주관한 그린광학 상장 첫날 장 초반에 발생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에 대해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통지했다.
당시 통신사 클라우드 오류로 인해 거래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시초가에 매도할 기회를 놓쳤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례가 속출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주를 한 주라도 받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이면서도 단기 차익을 노리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공모주 시장 자체가 투기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에서 원활한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약을 받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급등장에 올라타려다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상장한 쿼드메디슨은 첫날에 17%대 상승 마감한 뒤 이튿날 전 거래일 대비 3%대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상장한 이지스도 상장 당일에 36%대 오른 채 마감한 뒤 다음날 15%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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