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폐지 속도내는데
해당 기업 대다수 가처분 신청
법원 인력난에 판결도 늦어져
최종 퇴출결정까지 1년 넘기도
거래정지 길어져 투자자 한숨
해당 기업 대다수 가처분 신청
법원 인력난에 판결도 늦어져
최종 퇴출결정까지 1년 넘기도
거래정지 길어져 투자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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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인력난으로 상장폐지 가처분 판단이 지연되면서 ‘증시 건전화’를 위한 자본시장 개혁 속도도 늦춰지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며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법부의 결정 속도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폐지가 확정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자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거래정지로 인한 유동성 경색과 기회비용 손실이 누적되며 사회적 비용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부실 코스피 상장사는 11개사다.
이 가운데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3개사에 불과하다.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기업은 통상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다.
지난해 12월 감사의견 거절로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됐던 IHQ와 KH필룩스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38개사다.
이 중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은 기업은 2곳이고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온 기업은 9개사다.
나머지 27개사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이후 가처분을 신청해 현재까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의 25%만이 최종 상장폐지 절차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나머지 기업은 여전히 절차적 지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정리매매 등 후속 절차도 진행되지 않는다. 가처분 인용 사례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도 실제 퇴출까지는 제도적 이유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상장폐지 절차가 법원 단계에서 지체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속도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기조에 발맞춘 조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합병과 완전 자회사 편입 등 자발적 상장폐지를 제외한 부실기업 대상 강제 상장폐지 건수는 지난해 3건에서 올해 11건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해 20건이던 강제 상장폐지 건수는 올해 38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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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 형식적 요건과 실질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온정주의를 배제하고 부실기업 퇴출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내년에는 상장폐지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시장 건전성 강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전담하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인력난에 업무 과중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상장폐지 관련 가처분 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가처분 사건 접수도 같은 기간 약 33% 증가했다.
지난해 500건 수준이던 가처분 신청은 올해 11월 말 기준 700여 건까지 급증했다. 처리해야 할 사건은 빠르게 늘었지만 인력은 제한돼 있다.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올해 가처분 결정 건수는 약 20% 증가했다. 법조계는 서울남부지법을 과중한 업무 때문에 기피하는 법원으로 꼽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자본시장 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법 인프라스트럭처 보강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상장폐지 가처분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남부지법 구성원들이 주말 근무까지 감내하고 있으나 미제 사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 지연이 불가피한 한계 상황에 다다른 만큼 인력 증원이 시급한 법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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