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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이커머스 "머지포인트 어쩌나"…딜레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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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위메프 선제 환불 실시 법적 환불 의무 없어…피해 규모 확인 필요 "신뢰도 제고 계기로 삼아야" 지적도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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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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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머지포인트 딜레마'에 빠졌다. 11번가와 위메프는 선제 조치로 환불에 나섰다. 하지만 티몬·롯데ON·G마켓 등은 아직 미사용분을 제외한 환불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 기간 및 규모의 차이,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의 고객 데이터 비공개가 이유다.

업계는 신중한 분위기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고객 신뢰도와 연결될 수 있어서다. 다만 명확한 '환불 프로세스'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판매 중개자인 오픈마켓의 책임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반면 머지포인트 사태를 시작으로 오픈마켓이 책임감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빠른 환불, 불가능한 이유

위메프·11번가는 지난달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고객에게 환불을 진행했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 혜택을 내세운 유료 바우처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전자금융법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서 서비스가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방만한 경영도 문제가 됐다. 수많은 고객들이 본사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순차적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

위메프는 머지포인트 미사용분 전액 결제 취소를 진행했다. 포인트 사용 고객에게는 잔여 포인트 80%가 일괄 지급됐다. 총 환불 규모는 31억원에 달했다. 11번가는 위메프에 앞서 10일 하루 동안 판매된 머지포인트 전액 환불을 진행했다. 티몬·롯데ON·G마켓 등은 미사용 고객에 대한 환불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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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사용된 머지포인트 확인이 어려워 환불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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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지포인트를 사용한 고객에 대한 환불은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 규모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서다. 머지플러스는 위메프를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머지포인트 사용 현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자체 앱에 등록된 이후로는 구매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고려하면 자칫 머지포인트를 이미 사용한 고객이 이중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별 상황도 다르다. 위메프·11번가는 각각 8월 6일~9일, 10일 머지포인트 판매분을 환불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8월 11일 발생했다. 판매와 사건 발생 사이 간격이 짧아 판매대금이 정산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나머지 플랫폼들은 머지포인트를 더 오랫동안 판매해 왔다. 판매대금이 이미 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티몬은 머지플러스와 직접 계약했다. 때문에 티몬은 티몬 고객 우선 환불을 조건으로 머지포인트 대표의 연대보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의 책임인가

머지포인트는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중 '신유형 상품권'에 해당된다. 신유형 상품권은 발행자가 일정 금액·물품·용역을 전자적 방법으로 기재한 증표다. 머지포인트는 이 중 충전·정액형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된다. 유효기간 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형 상품권인 셈이다. 때문에 환불 등 법적 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적 책임'은 머지플러스에게 있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던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은 오픈마켓이다. 오픈마켓은 상품 판매를 중개할 뿐 사후관리(AS) 책임은 판매자가 진다. 또 티몬을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은 중간상을 끼고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 중간상의 책임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머지포인트 환불은 '법적 조치'보다 '도의적 책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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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플러스의 환불금 변제 능력은 미지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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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머지포인트 환불이 '마케팅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지포인트를 많이 판매하지 않아 타격이 적은 플랫폼만이 환불에 적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상황 파악에 앞서 섣불리 환불을 진행하는 바람에 사태 수습에 혼란이 일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머지플러스는 11번가가 환불을 진행한 이후 이중환불을 이유로 환불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위메프는 머지플러스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받은 후 환불해 유사한 혼란을 사전에 막았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포인트 환불 문제는 일부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라며 "피해 규모가 큰 만큼 각 사가 의견을 모은 후 머지플러스와 협상할 필요가 있다. 일관적이지 않은 조치는 사태 수습에 보탬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딜레마'는 계속…'책임감' 보여줄 필요도

이커머스 플랫폼의 머지포인트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분쟁 조정 조사에 착수했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했다는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원칙적·법적 대응만을 앞세웠다가는 불매운동 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머지플러스가 상황을 정리하기도 어렵다. 머지플러스는 현재 가맹점에서 받은 머지포인트 변제에 집중하고 있다. 잔여 포인트 환불은 여전히 순차 진행중이다. 사업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 환불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소송 종료 전까지는 환불이 중단된다. 소송이 마무리되더라도 머지플러스에 여력이 없다면 환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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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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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커머스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메프가 머지플러스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받아내면서 피해 확인의 길이 열렸다. 티몬도 관련 내용을 공개하라는 골자의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비슷한 조치를 통해 사용하지 않은 머지포인트라도 환불할 수 있다면 머지포인트 사태를 이커머스 신뢰 제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법적 규정 마련 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머지플러스의 책임인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 상품을 검증 없이 판매한 이커머스 플랫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법적 책임과 별개로 이커머스 플랫폼이 적극적 조치를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아가 향후 규정 마련 과정에서도 이커머스 업계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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