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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종혁과 이조녁...“소탈하고 비싸지 않고… 막걸리 같은 배우,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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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 대세 배우 이종혁 인터뷰

“제가 감히 허영만 선생님의 위명(威名)에 도전해 ‘백반기행’을 입에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되고요, ‘이종혁의 기행(奇行)기행’은 어떨까요? 골목에서 온갖 희한한 행동을 펼치는 것이죠. 하하하.” 당장에라도 골목에 나가 뭐라도 보여줄 기세였다. 올 초 출연했던 TV조선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도 이종혁(47)은 너스레의 황제였다. “그만두실 때 연락 좀 주세요. 제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을 게스트로 모실게요”라고 말해 허영만 화백의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웃음을 유도했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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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마시는 녀석들’ 촬영장에서 이종혁은 “쌀쌀해지니 어머니가 해주셨던 곰탕을 먹고 속이 든든해졌던 기억이 난다”면서 “곰탕 덕분인지 어머니 손맛 때문인지 몰라도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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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널 IHQ·디스커버리 채널의 예능 ‘마시는 녀석들’ 고정으로 활약하는 그는 요즘 가장 바쁜 중년 스타 중 한 명이다. ‘마시는 녀석들’은 ‘맏형’ 이종혁을 비롯해 코미디언 장동민, 슈퍼주니어 규현, 골든차일드 이장준 등이 ’안주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 각각 풀어내는 맛깔 나는 사람 이야기 못지않은 술 해석 솜씨가 시청자들에게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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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배우 이종혁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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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시선 고정은 예능에선 ‘혼술’을 해도 이미 시청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이종혁. KBS ‘경찰수업’, tvN ‘더 로드: 1의 비극’ 등 정극에선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모습, 각종 예능에선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잔혹하고 야비한 선도부장 차종훈과 드라마 ‘추노’(2010)의 냉철하고 비정한 황철웅 등 “이종혁이 악역으로 등장하면 그 작품은 100% 흥행”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부캐’(부캐릭터)라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조녁’이라는 별명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예능 ‘아빠 어디가’(2013)에서 많은 인기를 끌던 당시 여섯 살 아들 준수의 발음이 빚은 호칭이다. 친근한 ‘동네 삼촌’ 같은 이미지도 그때 확장됐다.

“어릴 때 맡았던 잉크 냄새가 아직도 진하게 기억 남아요. 촤르르르 하며 신문 찍혀 나오는 소리 들어보셨어요?” 시청자들이 그를 ‘준수 아빠’로 부르는 동안 그는 어느새 자신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준수 나이 때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자의 명함을 보더니 “저희 아버지랑 같은 회사 다니시네요?”라며 반색했던 그다. “33년 근속하고 정년 퇴임하셨죠. 아버지 회사에 구경 갔던 기억이 나요. 흑백부에서 컬러부로 바뀌셨다며 명함을 자랑하셨어요. 요즘은 그런 거 잘 모르시죠?” 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사랑은 그렇게 대를 잇는다.

아버지가 동료들과 낮술 한잔 걸치고 즐거워하던 모습은 어느새 아들이 거울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연극하던 무명 시절에도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사람 좋은 이조녁’은 이때부터 차근차근 다져지기 시작했다. 오늘 들으면 하루 지나 내일 웃게 된다는 ‘이조녁식 개그’가 이때부터 쌓여갔다. 김을 먹고 ‘기물파손(김을파손)죄’라고 하거나 채소 셀러리 안주를 보면서 ‘우린 샐러리맨이니 여기에 만족하자’고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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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배우 이종혁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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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배우 이종혁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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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와 술자리에선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데 이종혁식 유머만큼은 예외다. 2030세대에서 ‘이조녁 개그’ 추종자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면스플레인(면+익스플레인·냉면은 이렇게 먹으라 설명하는 것)’조차도 그의 설명 방식에는 “이종혁이니 괜찮다”고 댓글이 달린다. “그 방식이 제일 맛있으니 그런 말이 있는가 보죠. 근데 저희 아들들(탁수·준수)한테 냉면에 겨자 식초 넣으라고 해도 절대 안 넣던데요?(웃음).”

가끔은 철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가족들을 챙기는 사람. 악역을 도맡아 하는데도 늘 호평받는 배우. 드라마 특별 출연이 무려 10번에 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인간성을 끄덕거리게 만든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보니 저는 막걸리 같은 사람이더라고요. 숙성될수록 다양한 맛을 내는 배우, 장인의 솜씨에 따라 변신이 가능하고, 소탈하고 언제나 가까이 있고, 무엇보다 비싸지 않고. 물론 절대 싼 맛은 아닙니다, 하하.”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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