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호주, ‘게임 체인저’ 급부상…오커스 공습에 중국이 껄끄러운 세 가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이 깔보던 호주, 오커스가 바꿨다]
①대중 봉쇄 빈틈 메워, ’각개 격파’ 흔들
②뒷목 겨눈 비수 '핵잠수함'은 中 족쇄
③호주, 中과 맞짱...도미노 이탈 효과도
한국일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과 호주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이 없다. 멀리 떨어져 있어 지정학적 충돌도 없다.”
17일 중국 환구시보


이처럼 중국과 호주는 ‘경쟁자’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미국, 영국과의 앵글로색슨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가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하면서 호주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했다. 핵잠수함을 보유한 호주는 중국에 일격을 가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①中 즐기던 ’각개 격파’ 전술 흔들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공동 화상 회의를 하며 국가 안보 이니셔티브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3국 간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과 전방위로 맞붙어온 미국은 ‘이중 포위망’ 전술을 구사해왔다. 한국, 일본과의 양자 동맹으로 중국을 묶어놓으면서 외곽에서는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ㆍ미국 인도 일본 호주)로 중국의 행동반경을 좁혀갔다.

하지만 쿼드에 참여한 인도는 경우에 따라 중국과도 손을 맞잡고 있어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은 응집력이 떨어졌다. 이에 중국은 한국, 일본을 맞상대하며 틈을 파고 들었다. 양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미국의 대중 압박은 곧잘 흔들리곤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간격으로 세 번째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것도 이 같은 중국의 계산과 무관치 않다.

반면 오커스를 통해 호주가 전면에 나서면서 빈틈을 메웠다. 호주는 중국이 “씹던 껌”이라고 경멸하는데도 경제관계를 단절하는 결의를 보이며 악착같이 덤벼든 국가다. 천훙 상하이 화둥사범대 호주연구센터 주임은 17일 “중국은 호주를 전략적 위협이나 군사적 경쟁자로 여긴 적이 없지만 호주는 주요 무역상대국인 중국을 적으로 생각해 적대적 움직임을 지속해왔다”며 “호주가 핵잠수함을 배치한다면 중국의 태도와 군사대응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핵잠수함은 中 뒷목 겨눈 비수

한국일보

3국 군사력 비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잠수함은 대표적인 전략무기다. 은밀하게 접근해 적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 사실상 무제한 잠항이 가능해 어디서든 작전수행을 할 수 있다. 자연히 적은 섣불리 선제공격에 나설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호주 핵잠수함은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대만해협 유사시 주일미군 투입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던 중국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족쇄가 하나 늘었다. 호주 잠수함이 핵무기까지 탑재한다면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호주를 중국이 직접 공격하기도 난감하다. 중국은 반중 선봉대를 자처한 호주를 향해 “가차없는 처벌”을 공언하며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 군사적으로 제압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에 중국은 위협적인 언사로 기세를 누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호주가 오커스로 인해 잠재적인 핵전쟁의 타깃이 돼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며 “모리슨 총리의 야심이 호주를 재앙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가 진정 중국과 맞서고자 한다면 최악의 사태를 감수하라는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③호주, 단번에 중국과 맞짱 반열에

한국일보

2017년 부산을 방문한 미국 버지니아급 공격형 잠수함 텍사스의 내부. 7,800톤급으로 길이 114.8m, 너비 10.4m 크기다. 토마호크 미사일 12기를 탑재했다. 13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부산=이성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핵잠수함은 단번에 호주를 중국과 군사적으로 같은 반열에 올릴 수도 있다. 든든한 뒷배 덕분이다. 오커스에 참여하는 영국은 최근 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보내 중국에 맞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리허설을 마쳤다. 미국은 칼빈슨 항모 전단에 무장탑재량을 늘린 F-35C 스텔스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며 대중 압박수위를 높였다. 호주가 앞장서고 영국이 가세하고 미국이 뒤를 받치는 3중 구도는 중국도 깨뜨리기 버겁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오커스는 극도의 적대감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 동맹체제의 핵심”이라며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더 걱정해야 하는 건 ‘도미노’ 효과다. 호주의 사례는 중국이 애써 단속해온 주변국들을 부추겨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에 등을 돌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국과 어깨를 겨누려 군사력을 증강하는 일본에 자극제나 마찬가지다. 전선이 넓어진다면 미국과의 결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오커스를 통한 호주와의 핵잠수함 협력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