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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대선 주자 인터뷰] 원희룡 “文정부식 탄소감축목표, 달성 불가능... 대통령 되면 재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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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16일 열린 당내 경선 첫 TV토론회에서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최근 가상 자산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250만원을 넘을 경우,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것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원 전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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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 지사가 1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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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질문은 원 전 지사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지난 5월부터 100만원을 들여 가상자산 투자를 체험하고 있다. 사용하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유명 거래소 중 한 곳인 B사. 지난 10일 여의도 용산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원 전 지사와의 첫 대화 주제도 가상자산 수익률이었다.

그는 “요며칠 또 떨어져 (휴대전화를 꺼내 시세를 확인한 뒤) 지금은 93만원”이라며 “(내 투자액이) 1억원이라고 생각하고 체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때 60만원대까지 가길래 ‘다들 망했구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다시 올랐다. 이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변동성 때문에 사실 좋은 투자는 아닌 것 같다. 투자를 위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원 전 지사는 국민의힘 대권 주자 중에 ‘미래’ 이슈를 선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7년간 도정을 책임진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전력 수요의 100%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탄소 없는 섬 2030′ 목표를 내세워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선제적으로 실험하면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함께 내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도 깊어졌다. 제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거나 육지로 보낼 여건이 안된 상태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가 늘어나면서 잦아진 ‘출력 제한’이 계기가 됐다. 원 전 지사가 내린 결론은 “탈원전이 아닌 탈석탄으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탄소중립은 탈석탄에 타깃이 집중돼야 하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원자력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원 전 지사에게 그가 대통령으로서 만들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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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 지사가 1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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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2030’을 추진해오면서, 전체 지역 전기 사용량의 16~17%를 태양광 발전 또는 풍력 발전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찌 보면 미래를 먼저 살고 있는 지역이다. 제주도정을 담당한 입장에서 본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이 정부 들어서 신규 원전 계획과 충남 지역의 석탄 발전을 없애고 강원도(고성 강릉 삼척 등)에 더 큰 석탄 발전소를 짓다가 국제적으로 ‘기후악당’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부랴부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간다고 한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때 한국은 탄소중립 시점을 2075년으로 예상했다. 우리 백년대계인 탄소중립의 도달 시점이 정권 바뀔 때마다 극과 극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량이 한해 7억8000만톤 가량이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37.5%를 감축해야 한다. 이는 2000만대 자동차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규모다. 불가능하다. 미성숙한 기술 수준, 재생에너지에 부적합한 국토환경, 국내 산업 여건, 인위적 에너지 가격 등 고려하면 탄소 배출량을 이만큼 줄이면 우리 산업 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정부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50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중을 40%까지 늘렸는데, 이 경우 제주도 면적의 3배, 서울 면적의 10배 정도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고, 실행할 생각이 없이 수치만 맞춰 놓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과격한 원전 폐지 계획 때문이다. 지금은 독일을 빼고 원전이 기후의 적이라고 하면서 폐기하는 나라는 없다. 영국도 신규 원전을 다시 시작했고, 미국도 그렇다. 일본도 원전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대못을 박았기 때문에 스스로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급증하면서 제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졌죠.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은 (발전량이 사용량보다 많아) 과잉 송전 되면 전력계통이 마비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전력이 출력 제한을 하는데, 제주도가 이걸 이미 겪고 있다. 그다음은 전남이 겪을 문제고 전국에서 겪을 문제다. 미리 수소 등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현재 발전량을 수용할 수 있는 태세도 없이 무슨 2050년 탄소중립인가.”

-이달 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7억2760만톤) 대비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11월에 공개될 NDC가 40%로 상향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불가능한 목표라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목표를 재조정할 생각인가?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없으면 대통령이 바뀐 것을 계기로 해서 재조정하고 국제사회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현 정부가 발표한 목표를 보면서 ‘이야 한국이 저렇게 했으니 존경할만하다’ 할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저건 거짓말인데?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하거나 ‘저걸 약점으로 삼아 탄소국경세 등 무역 압력을 넣어야겠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국가적으로는 다음 대통령, 그다음 대통령 등 미래세대에 또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대통령이 된다면 신규 원전을 얼마나 더 지어야 한다고 보나.

“짓던 것들은 계속 지어야 한다. 건설 중인 원전들은 다 앞으로 전력 수요를 보고 하고 있는 것들이다. 현재 27개(2022년 기준)가 유지되는 선에서는 죽 유지해 가겠다. 가동 연한이 되면 고쳐서 쓴다든지 하면서, 과격한 폐지를 안 하면 에너지 구성에서 균형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대형 원전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앞으로 전력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탄소를 줄이려면 직접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전화(全電化)’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력수요는 지금보다 거의 2배가 될 수 있다. 그런 대량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양적으로는 원전밖에 없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있다. 결국 대량으로 전력 생산을 하려면 원자력만큼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는 아직 없다. 정권이 바뀌면 원자력 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생각인가.

“제일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 그걸 다 판단하지는 말자. 가급적 사용후핵연료가 가장 적은 방식으로 가야 한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로 가서 시간을 벌어보자. 앞으로 30~50년 뒤라면 우주로 가져가든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처리 방식이 나올 수 있다. 가급적 핵연료 사용을 줄여야겠지만, 현재 경제성이나 안정성, 탄소 줄이기라는 목표를 봤을 때 불가피한 면에 대해서는 조화롭게 접근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를 미래기획원으로 바꾸자는 공약을 발표했다. 미래기획원 산하에 폐법부에 준하는 ‘규제혁파조직’을 두겠다고도 했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처럼 조직을 분할한다는 구상인가.

“그건 부수적인 문제다. 본질은 국회의 입법, 정부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 대한 감축 기능이다. 지금은 정부 행정입법은 일단 만들어놓으면 없어지지 않는다. 규정 예산 인원이 부처의 권한이지 않나. 전부 우주팽창론처럼 끊임없이 팽창하기만 한다. 사후 감축은 없다. 그런 부분에서 폐법부에 준하는 규제 감축 기능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존에는 위원회가 민원을 받고, 부처가 회람한 뒤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식이었다. 그러다 대통령이 호통을 치면 몇 개 생색을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끝났다. 이를 획기적으로 바꿔 폐법부라는 강도로 규제 철폐 및 개선 기능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걸 하려면 가장 센 부서로 가야 한다. 그래서 기재부에 두고 미래에 대한 기획 기능과 함께 연결하자는 것이다. 미래를 기획하려면 폐법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 아니겠나.

기업이든 연구자든 ‘뭔가 좀 해보자’라는 분위기로 바꿔야 미래에 대한 기획이 가능해진다. 이런 면에서 미래기획이나 폐법의 기능을 강력히 구축해서 드라이브를 걸자. 여기 대해 예산, 재정, 금융, 거시 등을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은 봐서 적절히 조정하면 된다. ‘기재부를 바꿔야 한다’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능과 폐법에 대한 기능을 가장 강력한 부처에 붙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꼭 기재부가 아니어도 된다.”

-원희룡이 생각하는 보수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의 건강한 긴장이 계속 살아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게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쟁의 에너지를 발전 동력으로 써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관료들의 규제 등에서 자꾸 고인 물이 되는 걸 깨줘야 한다. 독점이나 기득권을 깨고, 혁신의 새로운 시장경쟁을 이끌어 내는 개방성을 추구해야 건강한 보수다.

한편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제주체, 약자는 끊임없이 시장과 공공에 연결된 공동체로 참여시켜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포용적 노동정책,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보다 많은 국민을 중산층과 생산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생산적 복지에 대해 적극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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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 지사가 12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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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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