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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美, 채찍질 이어 차량 수백대로 국경 철벽…“아이티 난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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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밤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미국 텍사스주 델 리오의 리오그란데강 인근으로 SUV 차량 수백 대가 줄지어 도착했다. 이들은 수백㎞의 강둑을 따라 일렬로 늘어섰다.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난민을 막기 위한 차량 바리케이드, 이른바 ‘강철 장벽(steel wa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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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공공안전국 차량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리오그란데강 근처에 줄지어 정차해 장벽을 만들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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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이민자로 통제 불능에 빠진 미국 텍사스주가 한층 강화된 난민 봉쇄 작전을 꺼내 들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텍사스주 주지사 그레그 애벗이 난민의 미국 진입을 막기 위해 차로 장벽을 세우는 전례 없는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애벗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오려는 수천 명의 난민을 막기 위해 주 공공안전국 차량을 동원했다”며 “강철 장벽이 세워진 뒤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 것을 멈췄다. 드디어 국경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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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공공안전국 차량들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리오그란데강 근처에 줄지어 정차해 장벽을 만들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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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벽은 국경 순찰대의 강압적인 해산 논란 이틀 만에 세워졌다. 이곳에서는 지난 19일 국경 순찰대 요원들이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난민을 향해 가죽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이 포착돼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외신 사진과 영상에는 난민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P통신은 “요원들이 난민을 동물처럼 강제로 몰아붙이고 막아섰다”고 전했다.



“바이든, 친 이민정책이 부추긴 캐러밴”



이번 사태로 누구보다 난감한 사람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자 포용 정책이 불법 이민자 수 급증을 견인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지지율이 떨어진 그를 흔들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리오그란데강 인근 난민 규모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평균 400명 대에서 1만4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불법 이민자 수도 21만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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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순찰대가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국경 지대 델 리오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에서 들어오려는 아이티 난민을 말에 올라탄 채 쫓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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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미 남부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이민법 개정안을 통해 불법 체류자 등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길도 터줬다.

공화당 측은 이런 ‘친 이민정책’이 중남미 국가에서 오는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의 북상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도 “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한 이민자 정책 탓에 델 리오에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전쟁을 내가 처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이티 난민은 보내고, 아프간 난민은 들이고



실제 리오그란데강에 몰려든 난민 대부분은 중남미 아이티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7월 현직 대통령 암살 사건으로 정치적 휘말린 상황에 잇단 지진으로 삶의 터전까지 잃자 미국으로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들의 일자리마저 빼앗아 이민자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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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델 리오와 멕시코를 잇는 인터내셔널 다리 밑에 형성된 불법 난민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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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경 인근에 마련된 임시보호소로 이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사이 난민들이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불법 난민촌이 형성됐다.

결국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 난민들에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난민촌에서 2000여 명을 아이티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 정책을 이어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아이티로 돌려보내진 난민들의 반발까지 더해졌다. 아이티인들은 미국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은 추방하지 않고 자신들만 쫓겨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도착한 난민들이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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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우다드 아쿠나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 델 리오로 건너가는 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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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아이티인들이 대거 추방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이들이 미국으로 풀려나고 있다고 전해 또 다른 논란도 부추기고 있다. 또 지난 20일 미국 정부가 내년 아프간 난민을 포함해 전체 난민 수용 규모를 기존의 두 배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해 모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AP통신은 “이민 정책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복잡한 문제”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와 그 속에서 충돌한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혔다”고 진단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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