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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의 16년을 보여주는 16개 단어 [막 내리는 메르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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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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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메르켈 마름모’ 손모양을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16년 최장기 독일 총리’ 기록을 남기고 물러나게 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유의 과묵함 때문에 ‘메르켈하다(merkeln)’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비꼬는 데서 탄생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성공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가디언은 지난 22일 메르켈 총리의 16년을 보여주는 16개 독일어 단어를 소개했다.

‘메르켈 마름모(Die Merkel-Raute)’는 메르켈 총리가 카메라 앞에 설 때 양손을 마름모 모양으로 모으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 “팔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손을 모으고 있다”면서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메르켈 마름모’ 또는 ‘메르켈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특유의 손동작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졌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최근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마름모 손 포즈를 취했다.

메르켈 총리는 포용과 중재를 통해 ‘무티(Mutti·엄마) 리더십’를 발휘해왔다. 여기에 ‘동기부여(motivation)’라는 영어 단어를 합성해 ‘무티베이션’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2006년 월드컵 이후 메르켈 총리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따로 찾아가 격려하면서 무티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독일 매체에 자주 등장하게 됐다.

독일어와 영어가 섞인 말인 ‘공개관람(Das Public Viewing)’도 대표 단어로 선정됐다. 2006년 이후 광장 등의 대형 스크린에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공개관람 문화가 확산된 것을 말한다. 가디언은 메르켈 시대에는 독일의 성과와 성공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문화가 크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도 열렬한 ‘축덕(축구덕후)’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경기를 직관하러 갔으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이 한국에 패하자 페이스북에 “안타깝다. 우리 모두에게 슬픈 날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2010년 금융위기 당시 유로존 국가들을 상대로 구조개혁과 긴축정책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사용한 단어인 ‘대안이 없다(Alternativlos)’는 그의 결단력을 잘 보여준다. “대안은 없다”라는 문구는 원래 영국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총리가 1979년 감세, 노동개혁 등 긴축정책을 내세우며 쓴 용어다. 메르켈 총리는 어려운 시기마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경제를 개혁해 단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심신을 단련하다(ertuchtigen)’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2015년 EU 난민위기가 발생했을 때 메르켈 총리는 수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은 강한 나라”라면서 난민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라고 외쳤는데 이 구호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구호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연상시켰다. 난민위기 당시 메르켈 총리는 국경을 폐쇄하는 대신 난민을 포용하는 ‘환영(Die Willkommenskultur) 정책’을 펼쳤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10대 때 학교에서 러시아를 가장 잘 하는 학생으로 뽑혔다. 그 덕분에 메르켈 총리는 통역 없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농담을 비롯해 그다지 즐겁지 않은 대화까지 직접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를 ‘푸틴을 이해하는 사람(Der Putinversteher)’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참석 때마다 남성 정상들의 스킨십을 견뎌내야 했다. 2006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깨를 마사지하자 황급히 기지개를 켰으며, 2011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자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는 버락 오마마 미국 대통령이 팔로 어깨를 두르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슈피겔은 “상대방이 자신을 안으려 할 때 손을 먼저 상대방 상체로 뻗어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메르켈의 방어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메르켈 총리가 2023년까지 독일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언급한 ‘스트레스테스트(Stresstest)’, 2045년까지 독일을 탄소중립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Energiewende)’도 대표 단어로 꼽혔다. 과학자였던 메르켈 총리는 종종 과학 원리를 정치 용어로 활용했다. 한 기자가 ‘정치에도 물리법칙이 적용되냐’는 질문에 메르켈 총리는 “질량이 없으면 깊이도 없다”라며 ‘중력(Die Schwerkraft)의 법칙’을 언급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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