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속 32년 역사 추모단체 해산…자료 접근 차단
5월2일 홍콩대에 세워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 청소 행사가 진행됐다. [AP=연합뉴스]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당국이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추모단체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시위 추모 조각상도 철거될 운명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홍콩 공영방송 RTHK는 1997년부터 홍콩대 캠퍼스 내에 자리했던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이다.
덴마크 예술가가 제작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기증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해온 단체로, '수치의 기둥' 세정식을 연례 행사로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 홍콩대는 성명을 통해 캠퍼스 내 시설 사용과 위험관리 정책을 종종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치의 기둥 철거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련회는 당국의 압박 속 지난달 25일 자진해산을 결의했다.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과 부주석 1명은 2019년 반정부 시위 관련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홍콩 경찰은 리 주석을 포함해 다른 간부들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 당국의 단속으로 지난 6월 몽콕에 있던 지련회의 톈안먼시위 추모기념관이 문을 닫았으며, 이후 해외 활동가들이 개설한 톈안먼 추모 온라인기념관 '8964 기념관'은 지난달 말부터 홍콩에서 접속이 안 되고 있다.
당국이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의 운영도 중단시키면서 지련회가 30여년 축적해온 역사적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모두 차단된 상태다.
홍콩 경찰은 지련회가 자진해산을 결의한 후에도 은행계좌 등 자산을 동결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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