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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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설계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분=발언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차단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노벨 비유를 꺼내 든 건 “제가 설계한 내용은 성남시 몫의 개발 이익을 얼마만큼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이고, (이후)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눠 갖는지 설계한 건 민간 사업자들 내부의 일”이란 주장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이는 이 지사가 “내가 설계한 것”(지난달 14일)이라고 말했다가, “이 지사 스스로 설계했다고 자백했듯이 사실상 ‘이재명 게이트’”(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날 설계 단계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구별한 것이다. 즉, 사업 전반부에 공공이익환수제를 도입해 5503억원을 환수한 것은 이 지사의 설계가 맞지만, 이후 “사업자 내부 투자 지분이 어떤지 개발 이익을 어디에다 쓸지를 공공이 관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지사는 “성남시가 5503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한 것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판교 대장동 게이트'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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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측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은 공공영역이 담당하는 전반부와 민간영역이 담당하는 후반부로 레이어(층)가 구분돼 있다. 국민의힘이 이걸 구분 않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이 지사의 설계 발언 뒤에도 국민의힘은 “이 지사 본인이 설계자라고 (지난달) 얘기했다. 어린 애들 말장난 같은 것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건 후보 자격이 없는 것”(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비판했다.
②관리 책임만 인정=이날 일부 유감 표명도 있었지만, 이는 ‘관리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제도상 한계와 국민의힘 방해 때문에 개발 이익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했다. 국민께 상심 드린 점에 대해 정치인 한명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공 개혁을 반드시 실행함으로써, 이 유감의 뜻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말로 연결됐다.
특히 전날 구속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대해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고 있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유 전 사장은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측근의 기준이 뭐냐. 무리하게 엮지 말라”며 유 전 사장 의혹과 관련해선 “관리 책임을 도덕적으로 지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핵심관계자도 “오늘 발언은 유 전 사장 의혹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관리 책임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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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야권의 후보 사퇴 주장에 대해 이 지사는 “도지사가 직접 지휘하는 2만~3만 명의 직원 중 하나가 부정행위를 한 걸 두고, 사퇴하라는 건 지나치다”며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유 전 사장이 걸어온 궤적은 심복만이 거칠 수 있는 측근 로드다. 측근이 아니면 분신이라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비유에 대해선 “해괴망측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조폭 잡을 때 두목 놔두고 행동대장만 구속하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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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돌파 먹힐까…9부 능선 앞 남은 안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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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은 강경 대응이 경선 과정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판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캠프에선 “대장동 의혹이 터지고 지지율이 오히려 올랐다”(박주민 총괄본부장), “사실상 경선은 끝난 것 아닌가”(현근택 캠프 대변인) 같은 자신감이 나왔다.
다만 현 대변인은 대장동과 관련해선, “대선 본선은 지지자들이나 당원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 중도층을 얼마나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반응도 냈다. 캠프 소속 초선 의원은 “마귀ㆍ도둑의힘 등 거친 단어 선택이 중도층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일부 톤다운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도 이 지사측에겐 부담이다. 이낙연 캠프는 이날도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런 엄청난 범죄를 기획했는지 반드시 밝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오영훈 수석대변인), “이 지사는 대장동 비리 사건의 ‘설계자’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 고작 ‘유감 표명’인가”(정운현 공보단장)라고 공격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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