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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최예빈의 빈공약] ‘이대남' 눈치에 딜레마 된 여성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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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약보다는 후보의 과거 흔적, 그에 대한 공세가 정국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선은 시대정신을 재점검하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하지만 치열한 정치적 공방 속에 막상 공약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예빈의 빈 공약' 시리즈는 묻혀버린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을 주제별로 파헤친다. 빈(空) 공약일 수도, 어쩌면 빛나는 빈(彬) 공약일 수도 있다.

여야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대 약점은 2030 여성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전담 조직까지 구성해 의욕적으로 여성을 겨냥한 정책들을 내고 있다. 다만 성별 격차를 극복할 만한 구조적 해법보단 사회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정책들 위주로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여성 없는 여성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대남'을 등에 업고 지지율 기반을 다진 야권 후보들은 이대남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 표심을 아예 포기하기도 어렵다. 딜레마가 돼버린 여성정책을 두고 대선주자들이 고심에 빠졌다.


논란 피하고 ‘안전한' 길 택한 이재명·이낙연


욕설 논란 등으로 여성 비호감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적극적으로 여성정책을 발표하며 표심에 호소한다. 이 지사가 지난 8월 16일 발표한 성평등 공약은 △육아휴직 확대 △젠더폭력 대응 체계 구축 △고용 성평등 강화 △성과 재생산 건강권 보장 등의 내용이 골자다.

여성인권 전문가로 통하는 권인숙 의원을 영입해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인 여성미래본부를 맡기기도 했다. 다만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는 민감한 이슈로 꼽히는데, 공식 발표보다는 이른바 ‘백브리핑' 자리에서 언급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여성 지지율이 높은 이낙연 전 대표는 △변형 카메라 구매 이력 관리제 도입,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등 '여성 안심 패키지'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 연령 확대 △암 경험 여성 사회 복귀 국가책임제 등을 여성정책으로 발표했다. HPV 백신 무료 접종 연령 확대는 이재명 캠프에서도 부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이 전 대표 역시 성별 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피했다는 평가다.

여당 한 후보 캠프에서 여성정책을 개발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가사노동 전담 비중 개선 등 민감한 정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성 없는 여성정책 野 후보


지난 1일 홍준표 의원은 여성정책을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할당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지난달 27일 여성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시간까지 공지했다가 돌연 연기한 뒤 나온 정책이다. 홍 캠프 내에서 표심 확장을 위해 여성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 '이남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 의원의 핵심 지지층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홍 의원이 여성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자 실망을 나타내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홍 의원 여성정책에 대해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고 20대 남성이 좋아하겠지만 실제로 일상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오를 수 있는 게 20대 청년은 아니기 때문에 이대남을 핑계로 이미 권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 권력을 더 갖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캠프는 여성정책 공약을 여전히 준비 중이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평소 발언에 비추어 봤을 때 홍 의원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남 지지로만 이길 수 있나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이대남과 이대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어려워졌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대남과 이대녀의 선호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 5주 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대 남성의 홍준표 의원 지지율은 53.6%로 가장 높았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은 5.1%로 가장 낮았다. 반면 20대 여성 가운데 36.8%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한 반면 홍 의원은 12%에 불과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홍 의원 호감도는 14%, 남성은 47%였다.

사실상 20대 여성을 버리고 20대 남성의 지지율을 업고 가겠다는 야권 후보들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마다 성공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한 쪽만 편들면 격렬한 반대를 가져오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을 못 봤다"며 "다른 성별, 세대가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표 계산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각도의 분석도 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20대 여성이 보수층에게 취약한 부분인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어렵다면 지난번 재보선에서도 재미를 봤고 이준석 현상으로 등장했던 이대남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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