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산후우울증은 영아살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질환이기도 하며, 상담과 적절한 진료를 받으면 금방 호전될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은 산전 혹은 산후우울증 중 하나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의 임산부들이 산전·산후우울증을 방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의 유병률 추정치를 전체 산모의 약 10~15%로 보고 있는데, 상담 등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선 임산부의 숫자는 현저히 적었다.
문제는 이러한 산전·산후우울증 방치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후우울증이 소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산전우울증이 태아 및 출산 후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임신 초기에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임산부에게서 태아기형, 그중 두개골 영역에 분포한 뇌신경 능선(Cranial neural crest) 기형을 가진 태아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산전우울증을 겪은 임산부들은 저체중아들을 출산할 가능성이 높으며, 임신기 산전우울증이 태아의 발달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핀란드 템페레대학교(University of Tampere) 의과대학 알루나 루오마(ILONA LUOMA)와 동료들이 200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기간 동안의 우울 증세가 출산 후 아동의 사회심리적 기능 저하와 정서적·행동적 문제의 증가와 연관성이 높았다.
산후우울증 역시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죄의식, 비합리적인 사고 상실감 등의 감정적 요소에 영향을 받아 아이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수면장애부터 언어 능력, 애착발달, 사회정서적 문제, 인지 능력과 학습 능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언어 능력의 경우 언어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대부분 우울증 척도가 높다고 나왔다. 아이의 문제행동 역시 엄마의 우울증과 관련이 깊은데, 엄마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아이의 문제행동이 증가했으며, 우울증의 정도가 심하고 만성적일수록 아이의 문제행동 증가가 관찰되었다.
엄마의 산전·산후우울증 증세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현지 시간으로 9월 24일, 영국 브리스톨대학교(The University of Bristol) 프리야 라자구루(Dr. Priya Rajyaguru)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영국정신의학지(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를 통해 산전·산후우울증을 겪은 엄마의 아이들은 높은 확률로 24살 쯤에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약 14년 동안 5,02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우울증 위험도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걸쳐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산후우울증 병력이 있는 산모의 아이에게서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증 증세가 증가하며, 산전우울증 병력이 있는 산모의 아이에게서는 더 심한 우울증 증세가 관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리야 라자구루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산모의 산전·산후우울증이 자녀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라고 말했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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