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신규 대출 취급 중단 전 금융사로 확산
실수요자 피해는 물론 디레버리징 역효과 우려
"오히려 가계 부담 증가" 비판 목소리
실수요자 피해는 물론 디레버리징 역효과 우려
"오히려 가계 부담 증가" 비판 목소리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8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 취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11월 30일까지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 등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 2021.08.24. kch052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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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갈수록 강화되는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선 불가피하지만, 자칫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정리)을 촉발할 경우 오히려 가계 부담을 크게 증가시켜 도미노 파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디레버리징이란 금융기관이 자산 가격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경제 충격 발생시 대출금을 아예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 빚이 많고 신용도가 낮은 서민부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간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금융기관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해오던 금융사들이 한계를 느끼고 아예 판매 창구를 막은 것이다.
지난 8월 말 NH농협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한시 중단 시작으로 SC제일은행이 전날 주력 주택담보대출 상품 '퍼스트홈론' 일부 판매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이날부터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일반전월세보증금대출, 직장인사잇돌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국이 확대를 주문한 중·저신용대출만큼은 계속 취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근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5%를 넘어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일단 일부 대출 갈아타기(대환) 신청을 한시 중지한 상태다. 그 외 은행들도 세부 조치들이 연일 추가되고 있어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덮어놓고 총량을 맞추라는 금융당국 방침이 무책임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전년 대비 6%대라면 내년에는 4%대를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분기별 관리 등은 은행 자율에 맡긴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농협은행처럼 상반기에 연간 한도를 소진해버리는 게 속 편하지 않겠냐"면서도 "주거래 고객들을 위해 마냥 그렇게 할 수도 없는데 풍선 효과가 생기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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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실수요자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올해 중저신용대출을 늘리라고 하다가 상반기 끝날 무렵 갑자기 총량 규제 전면 시행 통보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측할 수 없었던 규제로 최악의 경우 정상 채권도 정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을 한 번에 줄이기에는 매각만 한 게 없다"며 "위험 부담이 있는 채권은 이미 정리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한도 여유가 생기는 범위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금융·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한국경제 3대 리스크 중 하나로 국내 가계부채 누증, 금융불균형 우려를 손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부채 저승사자'를 자처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정책 당국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계부채 대응책이 자칫 급격한 디레버리징을 촉발할 경우 신용 리스크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경험상 금융불균형 해소는 경제위기로 인해 비자발적·급진적으로 진행됐고, 정책 대응을 통한 해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연구소 시각이다.
연구소는 "금융불균형 조정 정책이 오히려 가계 부담을 증가시켜 정책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가령 과다 부채·상환 부담은 금리 상승 과정에서 소비를 제약하고 정책 정상화를 어렵게 하는 부채 함정 위험을 증대시킨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산출한 금융취약성지수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는 58.9로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취약성지수는 한은이 자산가격,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 등 평가요소를 표준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돼 대내외 충격 발생시 파산 등 초래될 부정적 영향 크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도 디레버리징에 따른 자산 가격 급락을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연간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분기 단위로 시장 충격과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총량 규제는 책임을 일단 피하고 보려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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