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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특파원 시선] 신묘한 일본 코로나…스가 퇴진 발표 후 기세 확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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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신규 확진자 급감 원인…가설 난무 속 '행동변화·백신' 효과 추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코로나가 스가를 몰아내기 위해 조화를 부린 것인가?"

일본에서 정권까지 바꾸어 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에 하루 최다 기록으로 2만5천800명을 넘었던 것이 한 달여 만에 느닷없이 1천 명대로 떨어졌다.

신규 확진자 규모의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신묘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4일 새롭게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내각에 바통을 넘겨주고 물러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명운을 보여주는 궤적을 그렸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속에서 일본이 8년가량 준비해온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강행한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재임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그 시점은 9월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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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총리로 마지막 출근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AFP=연합뉴스]



그날 상황을 보면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제5파의 정점(하루 2만5천800명대)을 찍은 8월 20일 이후로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1만7천명 선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묘하게도 스가가 9월 29일로 예정됐던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총리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시점을 고비로 신규 확진자가 격감했다.

스가 사임 발표 사흘 만에 절반 수준인 8천명대로 떨어진 뒤 며칠간 반등한 신규 확진자는 급기야 기시다가 새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총리 자리를 예약한 9월 29일에는 2천명 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스가 전 총리가 도쿄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에 9월 말까지 시한으로 선포했던 긴급사태를 거둬들이는 배경이 됐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마침내 기시다가 스가의 뒤를 이어 새 총리로 취임함 이달 4일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는 '월요일 효과'가 겹치면서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600명대로 떨어졌다.

한국 인구의 2.5배인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일 1천100명대로, 한국(2천427명)보다도 훨씬 적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진정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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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교도통신이 지난 1일 개막한 만평 전시회에 선보인 기시다 새 내각 출범 만평. 부제로 코로나19 특성을 표현한 '강한 결속력과 생명력'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급증하던 신규 확진자가 돌연 줄어든 이유로 일본 전문가들은 5개의 가설을 거론하고 있다.

첫 번째가 위기감이다. 급증한 신규 확진자를 의료체계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자택 요양 중 사망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됐는데, 이것이 '나도 코로나에 걸려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감염 예방에 주의를 한층 더 기울이도록 한 것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꼽혔던 밤 유흥가를 찾는 사람 중에서 젊은 층이 줄었다는 가설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잦아든 5차 유행기에 밤 유흥가의 전체 유동 인구를 50%가량 줄이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실제로는 20~30% 감소시키는 데 그쳤다. 하지만 유흥가를 드나드는 연령대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 층 비율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높아진 백신 접종률이다.

전문가들은 한 명이 주변에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 지수가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떨어진 점을 근거로 신규 감염자가 급감한 주된 요인으로 백신 접종 효과를 들고 있다.

일본의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지난 7일 현재 1차례가 72.5%, 2차례가 62.7%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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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지난달 28일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쿄 등지에 발효한 긴급사태 조치를 전면 해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서 돌파 감염 등으로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 추세를 보이는 사례도 나타나 접종률이 높아진 것만으로 일본의 신규 확진자 급감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론되는 네 번째가 집단감염 빈도가 높았던 양로시설이나 의료기관에서 감염예방 대책을 점차 강화하면서 젊은 층에서 고령층으로의 감염이 차단됐다는 가설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가설은 일본의 계절적 요인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로 바뀌면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하고, 최근 비가 내린 날이 많아 외출 기회가 적어진 것이 신규 감염자 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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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 [출처=JX통신, 스마트뉴스 포털]




하지만 이들 5개 요인이 부분적으로 신규 감염자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수 있지만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규 감염자가 격감 추세를 보이고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일각에선 검사 건수를 둘러싼 억측도 나돌고 있으나 일본 당국은 인위적인 검사 건수 통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던 5차 유행기 정점기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인원은 하루 최다 20만명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 6일로 보면 6만8천명 수준으로 눈에 띄게 줄긴 했다.

그러나 이는 증상 발현자가 줄면서 검사 인원이 감소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PCR 검사 능력은 지난 5일 현재 하루 33만6천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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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인원 추이. [자료=일본 후생노동성]



신규 감염자가 갑자기 줄어든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고 할 경우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는 일본 정부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행동 변화와 백신 접종이 합쳐진 효과일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고 한다.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 전문가 분과회 멤버인 가마야치 사토시(釜敏) 일본의사회 상임이사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감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전제한 뒤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 과정의 어딘가에서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제6파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감염을 급격하게 줄인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서둘러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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