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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부 4년, 국채시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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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원석 경제정책부장




글로벌 경제를 ‘락다운(Lockdown·대봉쇄)’시켰던 코로나 팬데믹은 잠자고 있던 인플레이션을 깨웠다. 팬데믹으로 원자재 공급병목 현상이 심해진 것이 전세계적인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가오면서 국채금리 상승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퍼레이드 중이었던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50%를 향해 상승(채권 값 하락)하자 랠리를 멈췄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전세계적인 국채금리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채 금리 상승은 ‘레벨과 속도’ 모두 과도하다. 지난 15일 기준 우리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2.331%로 국가신용등급이 AA등급 이상인 국가 중 가장 높다. 일본(0.074%), 호주(1.648%), 뉴질랜드(2.235%)가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2.952%) 정도가 한국보다 금리가 높다. 국가신인도, 자본시장 성숙도에 비해 너무 높다는 평가를 듣는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채 금리는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경제체력에 비해 비싼 이자를 부담하게 만든다.

한국의 국채 금리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속페달을 밟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사라진 민간 일자리를 정부 재정을 풀어서 메꾸겠다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고스란히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비용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으로 전가됐다고 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해인 2017년 406조원이었던 총지출은 지난해 549조원, 올해 605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나라 살림이 4년 사이 200조원이나 불어났지만, 매년 뚝뚝 떨어진 경제성장률 탓에 세금수입이 줄어든 정부는 적자 국채 발행으로 곳간을 채웠다. 그 결과 2017년 546조원이었던 국고채 발행잔액은 지난 8월말 현재 832조원으로 286조원 급증했다. 지난 9월말 현재 2433조원에 이르는 국내 채권 발행 잔액 10% 이상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늘어난 셈이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액이 77조원에서 151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지만, 정부발(發) 국채 공급 증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국채 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갔다는 점은 기준금리와 국채금리 간 스프레드(격차)에서도 확인된다. 한은 기준금리 0.75%임에도 불구하고,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1.815%로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가 106.5bp(1bp=0.01%p)에 이른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44bp에서 3배 가량 확대된 것으로, 국채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4년이 국채 시장에게 혹한기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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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8월 국세수입은 당초 정부 전망대비 55조원 더 걷혔다.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정상적인 재정운용 방식이면 초과세수는 재정적자를 줄여서 과도한 국채발행을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채발행 증가로 시장 금리가 오르고,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는 정부 재정지출 증가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구축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나랏빚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초과세수를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데 사용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표용 지원금 뿌리느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지난 8월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40bp 이상 급등했다. 국채 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투매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국채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로 인해 가계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을 관리하는 당국인 기재부와 한은 모두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을 남의 일 보듯 방관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누적된 비정상적인 정책운용으로 시장 기능이 망가진 후폭풍이 국민들의 금융비용 증가라는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언제쯤 나라의 경제정책이 교과서에 나오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 또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몫이 될 것 같다.

정원석 경제정책부장(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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