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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지었지만 누구도 강간한 바 없다"…조주빈 '42년형 소감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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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42년형 소감문'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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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42년형 소감문'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이 올라왔다.

앞서 조주빈(26)은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다.

조주빈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감문에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겼다. 작성자는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내가 가진 불안은 전적으로 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썼다.

작성자는 "만일 우리의 법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진실을 담아낼 수 있는 법이었다면 내 안에 형성된 감정은 불안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을 테니 말이다"라고도 적었다.

이어 "애석하게도 우리의 법은 실체 진실을 포기하길 택하고 말았다. 범죄 집단이라는 허구의 혐의 하나 걸러내지 못할 만큼, 무능한 3심제도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눈먼 법은 현실을 보지 못한 채 아무 상관 없으며 무엇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뿐이었다"며 "이는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목을 끌었던 거의 모든 사건을 관통해 온 우리 법의 고질적인 악습이 발현된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작성자는 "피해자를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제껏 쓰레기 같은 판결 앞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평생을 원통해했는가"라며 "얼마나 많은 오판이 무려 기소·1심·2심·3심의 허울 좋은 제도하에서 빚어졌던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10월14일, 선고 날인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내 죄를 인정한다. 그러나 판결은, 이 비참한 선물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죄를 지었다. 분명히 나는 죄를 지었다"라면서도 "다만 우리 법이 부과한 혐의로서는 아니다. 그 누구와도 범죄 조직을 일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강간한 바 없다. 이것이 가감 없는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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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26)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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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감문의 진위와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조주빈이 작성한 글이 맞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조주빈의 반성문 필체와 이 소감문의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 14일 대법원은 조주빈에게 징역 42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주빈은 2019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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