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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中 열광 '오징어게임'…중국은 만들수 없는 2가지 이유 [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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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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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사진=중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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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오징어 게임'이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창사 등 대도시에는 달고나를 파는 노점이 연이어 생겼고 손님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창사(長沙)시의 한 노점은 달고나를 20위안(3600원)에 팔면서 '오징어 게임'처럼 달고나를 모양 그대로 파내면 공짜로 주는 등 중국인 특유의 상술도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중국에서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는 건 2014년 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필자가 살던 상하이 코리아타운에 있는 치킨집 앞에 중국인 손님이 몇십 미터 줄을 서서 기다리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별그대' 이후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오징어 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수는 지난 13일기준 19억6000만회를 넘을 정도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토론이 활발하다. 중국 언론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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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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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만리장성'을 넘은 열기

재밌는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위해 '사이버 만리장성'(Great Firewall of China)을 설치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넷플릭스 시청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사이버 만리장성'은 1997년 미국 IT잡지인 '와이어드'(Wired)가 처음 사용한 이후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뜻하는 단어로 애용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접속도 불가능하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미국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히트작은 아예 중국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통째로 올려 버린다. 지난 6일 진행된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장하성 대사는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중국 60여개 불법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유통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글로벌 최대 OTT업체인 넷플릭스다.

OTT 시장만 놓고 보면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크다.

한·미·중 각국 최대 OTT업체 매출액을 비교해 보자. 중국 최대 OTT업체인 아이치이(iQIYI)의 지난해 매출액은 원화로 5조3500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29조7500억원)보다 적지만 한국 최대 OTT업체인 웨이브(1802억원)의 약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구독자 수도 아이치이는 1억170만명으로 넷플릭스(2억400만명)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웨이브(1100만명)의 9배가 넘는다. '오징어 게임'도 우리나라 OTT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했지만, 매출액도 크고 구독자 수도 많은 중국 OTT업체는 왜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를 못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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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오징어 게임'을 못 만드나?

사실 아이치이는 자체 컨텐츠 제작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아이치이는 지난해 '안개극장'(迷霧劇場)이라는 코너에서 '은밀한 구석'(隱密的角落), '침묵의 진상'(沈默的眞相) 등 미스테리 서스펜스물을 연달아 선보이며 중국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유명 여배우인 장쯔이(章子怡·42)가 '은밀한 구석'에 대해 "드디어 미드·영드에 뒤지지 않는 중국 드라마가 나왔다"며 소셜미디어에서 극찬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도 두 드라마를 모두 봤는데 시종일관 긴장감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침묵의 진상'의 경우 판에 박힌 권선징악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됐고 검열 때문인지 폭력 수위도 낮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우선 검열 때문에 중국은 '오징어 게임'처럼 폭력성이 심한 드라마는 절대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천만영화인 '신과 함께'도 '미신성'(미신적 성향) 때문에 중국에서 끝내 개봉되지 못했다.

검열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선전·홍보도 문제다. 특히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제창하는 등 중국 공산당이 좌회전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자 영화, 드라마에서도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게 느껴진다. 지난 8월 방영된 '소흑풍폭'(掃黑風暴, Crime Crackdown)과 국경절 연휴에 개봉한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진호'는 언론에서 많이 다뤘으니 '소흑풍폭' 얘기를 해보자.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중앙 정부에서 파견한 감찰조가 지방정부와 암흑가의 결탁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순홍레이(孫紅雷·51)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면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필자도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해서 재밌게 봤지만, 뒤로 갈수록 중국 공산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부 홍보가 너무 노골적이라 계속 보기 힘들었다.

'침묵의 진상'에서도 경찰이 범죄세력을 소탕하는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예 드라마가 중국 공산당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 느껴졌다. 이래서는 중국 드라마가 중국이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아무리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라 해도 중국만으로는 결국 우물이다. 나중에는 중국인들도 이런 드라마를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키우려고 하는 '소프트 파워'는 사회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정부에게서는 일부만 생겨난다. 현 상황으로 보면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소프트 파워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 공산당이 중국 소프트 파워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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