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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무튼, 주말] 지옥문이 열리자 ‘아재의 추억’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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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 레저렉션’ 돌풍

조선일보

‘디아블로2: 레저렉션’ 화면. /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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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원모(37)씨는 17일 밤 컴퓨터 앞에서 또 다시 좌절했다. 그의 모니터에 뜬 것은 ‘BATTLE.NET 접속 중. 현재 대기 순위: 1857′이란 안내문. 요즘 매일 저녁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지만 접속조차 쉽지 않다. 원씨는 “짜증은 나지만 참고 (게임을) 한다”며 “대학생 때 친구들과 PC방에서 밤새워 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이 ‘애증의 게임’은 지난달 출시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인기가 뜨겁다. 디아블로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전사들이 악마를 무찌르고 세계를 구한다는 스토리의 액션 RPG 게임. 이번에 나온 게임은 2000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400만장 이상 판매된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으로 가격은 4만8000원이다.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트레일러는 500만명 넘게 시청했고,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씨가 ‘와, 백파더 접어야겠네’란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됐다. 당초 반짝 흥행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열기가 식지 않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과거의 명작 게임에 대한 향수”라고 분석했다.

특히 30~40대 반응이 폭발적이다. 결혼 전 디아블로2를 열심히 했다는 직장인 이모(45)씨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너무 반가워 다시 시작했는데, 이제 체력이 안 돼서 과거처럼 밤새워 하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 게임 커뮤니티의 파티 모집(함께 게임할 사람을 구하는 것) 게시판에는 평일인 18일 하루에만 55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임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매일 서버가 다운돼 이용하기 어려우니, 게임사가 유저들의 환불 의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1만4000명 이상 동의를 받았는데, 한 동의자는 ‘이거 하려고 컴퓨터까지 샀다. 와이프한테 욕 먹고, 설거지하고, 애들 재우고 두 시간만 하려는데 9시부터 (접속을) 못 했다. 살기 싫다’는 댓글을 달았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중과금 모바일 게임이나,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게임 등 요즘 유행하는 게임에서 소외된 ‘아재’들의 요구를 100% 만족시킨다”고 했다. 이어 “이 게임이 초보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3040들은 ‘10~20대는 모르는 우리만의 세상’이란 만족감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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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카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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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현상은 지난 2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삼국지 전략판’에서도 나타난다. 이 게임은 1985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일본 코에이 테크모의 PC게임 삼국지 시리즈와 흡사하다. 코에이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얻었고, 게임 콘텐츠 개발 전 과정을 검수받았다. 삼국지 전략판 공식 카페에는 “코에이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제 인생 첫 게임이 코에이의 삼국지7(2000년)이었다. (전략판의) 일러스트를 보고 바로 월정액부터 질렀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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