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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기고] 특별지자체 성공의 요체는 '비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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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작년 말,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서로 협력하여 광역의 공동사업과 사무를 추진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조례제정권, 예산권, 행정관리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권한 행사는 공동의 광역사무에 대한 최대한의 경제적 효율성과 정책적 효과성을 달성할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경제적 효율성과 정책적 효과성을 확보할 수 없거나 크지 않을 경우 굳이 공동 협력하에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곧 규모의 경제 논리가 특별지방자치단체 광역사업추진의 기본핵심 원리인 셈이다.

지역주민들의 고객수요를 철저히 파악하여 기존의 행정서비스로서 전달하지 못했던 시장 니즈를 충분히 충족해줄 수 있는 행정서비스 혁신전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존의 행정서비스 체계로만 광역공동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급 주체만 늘어날 뿐, 지역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자원분배 효과는 크지 않고, 또 지역주민들의 선호를 충분히 반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에 기존의 행정기관 이미지를 통한 행정주도적 관리보다 경영관리적 가치 혁신을 통한 운영원리가 더 필요한 이유이다.

게리 하멜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가 특별한 조직가치 혁신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은 보통의 기업과 조직은 애초에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정형화한 행정가치보다 융통성 있는 고객들의 가치를 더 강조하고, 계층화된 관료제보다 유연성 있는 매트릭스 조직을 더 활용하고, 조직구성원에 대한 통제적 관리보다 권한위임의 분권적 관리가 더 효율적 조직 운영전략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 특별지방자치단체의 광역 공동사업은 시장적 합리성에 근거하여 수립, 추진되어야 하며 정치 공학적 논리나 개입은 배제되어야 한다. 시카고 경제학파가 국가의 시장개입을 자못 경계한 이유도 이와 상통하는 맥락이다. 광역공동사업 추진에는 관련 지방자치단체들 간 협력이 용이한 사업과 사무도 있겠으나 종종 서로 갈등하는 사업도 빈번하게 대두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조차도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업들은 잘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치적 경기순환론에서는 정치인의 정치행위는 종종 그들의 효용함수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회, 경제적 효율성은 반감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광역사업 추진에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해당 사업은 정치 이슈가 되어 강력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럴 경우 사업추진은 혼돈 속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는 원래 행정제도이지 정치제도가 아니다.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성공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 관리적 원리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경영혁신적 전략이 조화롭게 수렴되어야 하며 더불어 정책 추진의 비정치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추진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성과를 내서 동북아 최대의 경제비즈니스 글로벌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용철 부산대교수·前 경남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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