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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매경춘추] 미래 위기, 해답은 인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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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현대사회의 급속한 변화가 삶의 편리함과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그 이면에 가치의 혼란과 삶의 역기능도 증가시킨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국제개발 싱크탱크인 국제개발연구소(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기계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도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인도주의(Humanitarianism)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휴머니즘 혹은 인본주의와 혼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휴머니즘이 '관념'과 '사상'에 기반을 두는 데 반해 인도주의는 '실천'하고 '행동'함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인도주의가 발현된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스위스 사업가 앙리 뒤낭은 19세기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솔페리노의 회상'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역설했다. 그가 제안한 구호활동의 원칙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창설과 제네바협약 체결로 이어지며 근대 인도주의 운동이 탄생했다.

솔페리노 전투는 끝이 났지만 세계는 여전히 다양한 인도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와 재난, 끊이지 않는 내전, 약자에 대한 폭력, 그리고 감염병 위협까지.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삶의 질을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인간 소외, 사회적·경제적 양극화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양날의 검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실마리는 다시 인도주의에서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지언정 인간의 감성과 인성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 기반 에듀테크와 교사와 학생 간 감성적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 교육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대한적십자사는 오인수 이화여대 교수팀에 의뢰해 인도주의 리더십 개념도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인도주의 리더십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는지 탐구했던 연구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개인의 덕목, 인성, 성품 등 심리적 요인과 조직 내외를 구성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태도, 신념, 행동 등의 조직적 요인을 검토했다. 2022년에는 이를 토대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십자 직원과 청소년 등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인도주의의 중요성과 실천과제를 배우고, 배려심과 협동심을 가진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존재할 때 의의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더 나아가 개념으로서의 휴머니즘이 아닌 실천적 가치로서 인도주의를 행동으로 옮길 때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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