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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충무로에서] 공공개발만이 善이라는 멍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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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동산을 '공공주도'로 개발할 것이냐 '민간주도'로 개발할 것이냐는 한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평등을 앞세우는 정부는 주로 공공주도 개발을 선호하고, 자유를 우선시하는 정부는 민간주도 개발에 힘을 싣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모든 정권은 두 가지 방식을 절충해 사용해왔다. 개발 지역이 어디인지, 개발 목적이 무언지에 따라 공공주도 방식이 유리할 수도, 민간주도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택지 조성이나 임대주택 공급은 공공이 맡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길 원하는 재개발 지구라면 민간주도 개발이 경쟁력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는 상황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비율을 적절히 조합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그런데 대장동 비리 의혹 사태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공공개발만이 '선'이고 민간개발은 '악'이란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화천대유 같은 민간업체가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독점한 사실을 부각시켜 민간주도 개발을 비난한다. 그리고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부동산 개발에서 민간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장동 비리의 책임에서는 공공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애당초 화천대유란 민간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원주민들로부터 수용한 토지를 헐값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이 같은 사업계획을 입안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민간업자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공공주도 개발이 우수하냐 민간주도 개발이 우수하냐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공공개발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지만 대장동 사태가 터지자 반대로 민간주도 개발이 죄악시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은 둘 다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 제도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정치인·공직자들의 올바른 판단과 결정이 제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공개발만이 선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은 멍청이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

[부동산부 = 김동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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