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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매경포럼] 재택근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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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앞두고 기업들도 사무실 근무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면 사무실 복귀는 어렵겠지만 대면회의와 신입사원 교육, 해외 출장 등 방역 지침 때문에 못했던 핵심 업무를 재개한다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가까이 지속됐던 재택근무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재택근무가 노동 생산성과 종업원 직무 만족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로 재택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무실 운용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전 세계에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직원들로서도 출퇴근하며 낭비했던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는데도 사무실 출근 시점을 늦추거나 오히려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곳 중 4곳은 '위드 코로나'로 방역 지침이 바뀌어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재택근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금융업체 수장들이 특히 심하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 표준이기는커녕 당장 바로잡아야 할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도 "뉴욕 물가로 월급을 받고 싶으면 뉴욕에서 일하라"며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 경영인이 재택근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직원을 통제하기 어렵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막히면서 정확하고 신속한 경영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다. 일반 직원 중에도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월라밸도 제대로 안 된다며 불만과 불편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다.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될지, 보조 근무 수단이 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효율성, 종업원 만족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생산라인이 있는 제조업은 공장과 사무실 근무로 돌아갈 것이고 온라인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종은 재택근무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떤 기업도 코로나19 이전의 근무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재택근무 실험이 일하는 방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줌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수단을 활용해 원격에서도 오프라인에 준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정보기술을 다루는 수준이 높아진 것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다. 재택근무 경험을 살린다면 기업은 직무 만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묘안을 찾을 수 있다. 업무 특성과 외부 환경에 맞춰 사무실과 재택근무 비중을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모든 산업과 회사에 맞는 하이브리드(사무실과 재택 병행) 근무는 있을 수 없다. 다른 기업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정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근무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기업에 재택근무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경영자나 직원 모두에게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축복이 될 수 있다. '위드 코로나'를 맞아 방역당국만큼이나 기업 최고경영진과 인사조직 담당자들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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