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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한국 증시 성적, 22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악재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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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거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 지역 22개국 주가지수의 6개월간 흐름을 비교해본 결과, 코스피지수는 홍콩항셍지수 다음으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민감하고 반도체 비중이 높다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 악재에 한꺼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세 진정을 위해 긴축을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는 점도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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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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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6개월간 6.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콩항셍지수(9.76% 하락) 다음으로 부진한 성적이다. 홍콩은 지난달부터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파산 위기라는 대형 악재를 겪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특수한 사건이 없었던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증시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3대 주가지수는 5~8%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53%, 다우존스산업평균은 4.99% 올랐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6.73% 상승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모두 우리나라보다 양호한 증시 성적표를 받았다. 일본 니케이225,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1.1%, 3.89% 내리는 데 그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11% 올랐다.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 BSE센섹스지수는 25.7%, 인도네시아 IDX는 11.38%, 베트남 VNI는 14.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모두 우리 증시와 비교해 좋은 성적을 얻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반 년 동안 4.18% 올랐으며, 독일 DAX는 1.61%, 영국 FTSE100는 3.47%, 프랑스 CAC40는 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FTSE MIB는 8.39% 올랐으며, 러시아 RTS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 덕에 24.22% 상승했다.

① 반도체 비중 높아 직격탄… 외국인, 반년 간 19조원어치 팔아

우리 증시가 이처럼 세계 최저 수준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반도체 관련주의 비중이 높다는 특수성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은 좋을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도 실적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특히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며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만 가권지수 역시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개월간 KRX반도체지수는 19% 넘게 하락했다. KRX보험지수와 방송통신지수가 같은 기간 14.4%, 12.1% 오른 것과 비교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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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 15일 오후 반도체 부품 제조 업체인 경남 창원시에 있는 주식회사 해성디에스 창원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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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의 주가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해왔다. 최근 반년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를 15조원, SK하이닉스(000660)를 2조4000억원, 삼성전자우(005935)를 1조9000억원 순매도했다. 3개 종목의 순매도액이 19조원을 넘는 상황이다. 이들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주의 부진은 코스피지수의 하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전문가가 4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의 악화를 점치고 있다. 3분기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메모리 외 IT 부품 업체들의 공급에 큰 차질이 생겨, 완성품 제조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는 디램(DRAM) 가격의 상승세 둔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IT 공급망 차질이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디램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디램의 평균 거래 가격이 전 분기와 비교해 3~8%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15~20%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최근 한 달 동안 4.45% 하향 조정됐고,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7월 말 81조4000억원에서 현재 70조7000억원으로 줄었다”며 “이제는 내년 실적이 2017년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② 수출 중심 경제 구조, 원자재 값 급등에 취약

우리 경제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무역수지가 악화해, 수출 위주의 제조 업체들이 많은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기 쉽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수출 중심 국가의 증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기에 가장 먼저 오르지만,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 비용이 증가할 때는 반대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부텍사스유(WTI) 12월물 가격은 배럴 당 83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최근 1년간 134%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두바이유 10월물 가격은 이 기간 120% 올랐으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도 126% 상승했다.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지난해 말 MMBtu(100만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당 2.33달러에 그쳤지만, 이달 초 6.31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구리 가격은 49%, 아연 가격은 40%가량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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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칸즈시티 인근의 석유 시추 시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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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경기 회복과 맞물려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은 기업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지금처럼 급등하면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교역 조건이 나빠져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32%대다. 올해 초(1월 11일) 37%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낮아진 수치다.

최 부문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 장악력을 가진 기업들은 원자재, 생산 비용의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명목이익(장부상 이익)이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부문장은 특히 테슬라 같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성장 기업들과 ‘위드 코로나’ 수혜 업체들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의류·화장품·항공 등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관련주들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우위에 설 수 있는 만큼, 원자재와 생산 비용 급등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③ 빠른 금리 인상과 대출 제한, 증시에 악영향

우리나라가 긴축을 상대적으로 빨리 시작했다는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11월 중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최 부문장은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집값이 급등해 주택 구매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심한 압박을 받곤 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다른 나라들에 비해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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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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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긴축 시기에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때 미 달러화는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며 “반대로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된 이후에는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문장도 긴축으로 인한 증시 조정기에는 위험 자산인 신흥국 주식에 매도세가 집중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가장 위험한 자산부터 팔기 시작하는데, 신흥국 주식은 위험도가 매우 높은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미국의 단기 국채는 유동성 위험과 신용 위험이 낮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신흥국 주식의 투자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인 하단에 있는 종목들은 낙폭 확대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삼성SDS, LG생활건강(051900), 메디톡스(086900)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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