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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화되는 DSR규제… “집값 잠시 누르겠지만 실수요자는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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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내용 담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는 주택 구입 수요를 당분간 억누를 뿐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예상했다. 또 부동산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 시장에서는 지금처럼 줄어든 거래량 속에 신고가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비즈

고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5일 '10월 가계부채 정무위원회 당정 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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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DSR규제와 제2금융권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로, 현재는 차주 단위(개인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일정 비율(은행권 40%, 비은행권 60%) 이하가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차주 단위 DSR 규제 2단계와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3단계를 각각 내년 1월과 7월로 앞당겨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현행 개인별 DSR 규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시행되고 있다.

이를 2단계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때로, 3단계에서는 총대출액 1억원을 초과할 때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DSR 규제 강화로 제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2금융권의 DSR도 60%에서 50%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DSR산정만기를 최대만기에서 대출 별 ‘평균 만기’로 축소한다. 다만 올해 전세 대출과 집단대출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고, 실수요자 제약 관리규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한편 중금리·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대출 규제는 주택 수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방안이므로 결국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DSR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등의 목표와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일부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전자는 대출을 강화하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대출이 차질없이 실행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분명 주택매수를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매수 수요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금액대나, 어떤 식으로든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면서 “따라서 주택매매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신고가체결은 계속되는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대책과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누적된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쳐 매수세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돼 거래시장 한파가 조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져 대기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수요가 제한돼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또 “대출을 옥죄면서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 전세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특히 전세 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 대출이 제한되는 이들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3기 신도시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물량 등 청약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분양시장에도 몰아닥칠 대출 규제에 분양가 9억원 이상 사업지들 대출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역시 “부동산 거래량은 대출 규모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대출 레버리지를 많이 쓰는 가격 구간의 주택 시장이나 재건축 사업이 위축될 수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개인 단위로는 구매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진다면 갭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부동산 매수를 위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했던 세태를 두고 “앞으로는 금리도 인상될 것이므로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출 규제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상승장은 본질적으로 전세 시장의 불안 압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옥죈다고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 구입을 고려하던 무주택자나 이동을 노리던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만 주택 시장에서 원천차단 당해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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