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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내부고발 이후 페이스북에 집중포화…창사 이래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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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7개 언론사 컨소시엄 꾸려서 비판 기사

“지난 대선 결과 부정 선동 대처에 실패”

“‘좋아요’ 버튼이 유해 콘텐츠 증폭시켜”

내부고발자 하우건, 미 이어 영 의회도 출석

저커버그 “거짓 이미지 씌우려 해” 반박


한겨레

페이스북의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이 25일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온라인상에서 증오를 부추겨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런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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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내부고발자의 문건 폭로 이후 집중포화를 받으며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영국 의회까지 출석해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고, 미국 언론은 컨소시엄까지 꾸려 대대적인 비판 보도를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와 <시엔엔>(CNN) 등 17개 미 언론 컨소시엄은 25일 일제히 페이스북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내부고발자인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하원에 제공한 수백건의 내부 문건으로 구성된 이른바 ‘페이스북 페이퍼’를 토대로 이 회사의 문제점을 들춰내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9월 페이스북이 거느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내부 연구로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연속 보도를 내보냈다. 하우건은 이 보도가 나온 뒤인 지난 3일 <시비에스>(CBS)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드러냈고, 5일에는 미 상원 청문회에 나가 “페이스북 서비스는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22일에는 또 다른 전직 직원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페이스북을 고발했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미 주요 언론들이 집단적 비판 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시엔엔>은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도둑질을 멈춰라’ 선동이 커지는 것을 페이스북이 멈추기는커녕 늦추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이 ‘도둑질을 멈춰라’ 관련 콘텐츠를 집단적 행동이 아닌 개별적 행동으로 봤다는 분석이 내부 보고서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체 분석에서 “게시물이나 코멘트들이 증오와 폭력, 허위정보로 둘러싸였어도 개별적으로는 (규정) 위반이 아니어서 조처를 할 수 없었다”며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 뒤에야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개별적인 페이지나 그룹, 구호가 응집력 있는 운동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서비스의 상징과도 같은 ‘좋아요’(Like) 버튼의 부작용에 대해 2019년에 자체 연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젊은 사용자들이 ‘좋아요’와 이모지 반응을 충분히 얻지 못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좋아요’ 버튼을 숨기면 사용자들은 게시물과 광고를 덜 보고, 사진 공유도 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좋아요’나 ‘공유하기’ 등 핵심 기능을 잘못 사용하고 있거나, 이 기능이 해로운 콘텐츠를 증폭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들은 허위정보와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가 페이스북 내에서 번성하게 하는 게 “페이스북의 핵심 메커니즘”이라며 “우리 플랫폼의 메커니즘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가운데 내부고발자 하우건은 이날 런던까지 날아가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규제를 촉구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며 “이 시스템이 충분히 안전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최고위층의 의지가 없다”며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직격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페이스북의 3분기 매출액은 290억1000만달러(약 33조9000억원), 순이익은 91억9000만달러(약 10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35%, 17% 늘었다.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 뒤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유출된 문건을 선별적으로 사용해 페이스북에 거짓 이미지를 씌우려 한다”며 자신들이 마주한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 등 여러 문제는 “소셜미디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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