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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페이스북, 가사노동자 인신매매 실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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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2019년 중동에서 자사 플랫폼이 가사노동자 인신매매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될 뻔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2019년 필리핀의 한 가사노동자가 인신매매로 중동에 팔려가 학대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페이스북이 “확인된 학대 행위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는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인신매매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애플 앱스토어에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단속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아랍어로 ‘하녀’를 검색하면 나이와 가격과 함께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여성들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이 중동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면서 고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매년 해외 노동자가 보내는 수십억 달러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를 차지한다. 일부 채용 대행업체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구인광고를 통해 여성 노동자들을 ‘수출’했다.

그런데 걸프국가들의 이주노동자 신원보증제인 카팔라(Kafala)가 이주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로 만든다. 카팔라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비자 발급을 고용주가 보증하도록 한다.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할까 부당한 일이 생겨도 제대로 고용주에게 항의하기 어렵다. 쿠웨이트에 팔려간 한 여성은 AP통신에 “나는 동물처럼 한 주인에서 다른 주인에게로 팔려갔다”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더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나와 비슷한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도 중동 지역에서 가사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인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인지했다. 페이스북은 내부 보고서에서 “사기, 강압, 속임수를 사용해 개인 가정에서 일할 목적으로 사람들을 인신매매하는 형태”의 인권침해가 일어난다고 결론 내렸다.

페이스북은 내부 보고서에서 “채용 대행업체를 통해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은 집에 갇혀 굶주리고, 무기한 계약 연장을 강요받고, 무급으로 일하고, 동의 없이 다른 고용주에게 반복적으로 팔린다”고 했다. 또한 “채용 대행사가 가사도우미에게 가해진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행 등 심각한 범죄를 묵살하는 모습도 포착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영상으로 ‘하녀’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문제가 있는 게시물의 4분의 3이 인스타그램에서 나왔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인신매매 관련 자료의 6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5% 이상은 이집트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했다.

페이스북은 “중동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광고가 계속 퍼지고 있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서 “우리는 수년간 우리 플랫폼에서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싸워왔다”는 입장을 AP통신에 밝혔다. 사우디 정부 측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노동 시장의 모든 불법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소셜미디어에 불법 광고가 게시되면 추적과 조사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이번 내부 보고서는 페이스북 수석 제품 매니저이자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이 최근 미국 의회에 제출한 수만쪽 분량의 문건 중 일부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17개 매체 컨소시엄은 ‘페이스북 페이퍼스’라는 제목으로 문건 일부를 확보해 보도하고 있다.

[관련기사]페이스북 높은 실적 불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내부문건 폭로로 신뢰성 먹칠

경향신문

아랍어로 ‘하녀’를 검색하면 트위터에 나오는 영상에서 필리핀 여성들의 사진이 보인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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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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