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세계적 고물가 “미국이 한국보다 더 높고 길게갈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미국 5%대, 한국(2%대)의 약 두 배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 임금 인상 압력 달라


한겨레

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가 급등세가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더 높고 오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이 5%대로 한국(2%대)보다 약 두 배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올해 물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한국이 2.5%, 미국이 5.4%다.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4.3%다. 두 국가 물가 모두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 한국의 물가는 물가안정목표(2%)를 조금 벗어난 수준이지만, 미국 물가의 경우 목표치를 약 두 배 뛰어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두 국가 물가는 공급과 수요 쪽 상승 압력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공급 쪽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수요 쪽에서는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이 상품 가격을 자극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은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5가지 부분에서 더 강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세금 및 정부 정책의 영향이 작아 우리나라보다 민감도 및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충격도 한국보다 미국이 더 강한 상태다. 한은은 “올해 들어 반도체 공급 차질, 해상물류 지체 등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영향으로 자동차 내구재 가격이 미국에서 큰 폭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인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꼽았다. 이승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반도체 생산의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보다 수급 차질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국가의 임금 인상 압력도 다르다. 미국은 감염 우려, 보육 부담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 한은은 “미국 내 일부 대면서비스업종에서의 임금 상승이 물가에 전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임금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물가 지표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해 한국보다 주거비 상승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시중 유동성도 미국이 더 풍부하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한국(6%)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편, 한은은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폭이 미국보다 크지 않지만,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한은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