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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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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대신 이대남 잡나···‘反페미’·‘홍카단’ 글 연이어 공유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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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님”

지난 10일 ‘홍카단’(홍준표 의원 지지자)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쓴 8600자가 넘는 장문의 글 중 일부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 글을 페이스북에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며 공유했다.

글의 작성자는 “민주당은 페미니즘과 부동산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들”이라며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깨야 숨어있는 청년 문제가 보인다”며 “2030이 분열로 흩어지길 바라지 말고 2030표의 주인이 이재명이 안 될 이유는 없다라는 태도로 한번만 들어달라. 그리고 저희 표 가져가라”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지지 사유도 나와있다. 작성자는 “(홍 의원은) 페미니즘을 깨부숴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유일하게 진지한 응답을 해준 사람”이라며 “눈치 안 보고 뚝심 있게 밀어붙일 사람이 필요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홍준표 당시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2030 자원봉사단 '홍카단'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단의 환영을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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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반(反)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글을 이 후보가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8일 이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 게시판의 한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젊은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가 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분석한 글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성을 역차별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지난 10일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광기의 페미니즘을 막아달라’라는 글을 공유한 이후 올린 첫 글이었으나 현재는 삭제됐다. 같은 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해당 글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 10일 이재명 후보가 페이스북에 한 네티즌의 글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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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이대남’ 洪 지지층 흡수 노리나

이 후보가 유사한 글을 잇달아 공유한 것을 두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의 20·30대 남성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0대 남성은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차이가 심한 지지층 중 하나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오마이뉴스 의뢰, 7~8일 조사)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18~29세 18~29세 남성에게 20.5% 지지율을 얻었다. 윤 후보는 이 구간에 52.1%를 기록해 2배 이상 차이난다. 같은 연령층 여성의 지지율은 이 후보가 26.2%, 윤 후보가 31.5%로 비등하다.

30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30대 남성은 윤 후보(45.5%)가 이 후보(35.2%)를 10.3%포인트 앞선다. 반대로 30대 여성은 이 후보(36%)가 윤 후보(32.8%)로 앞선다.

실제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5일 이후 ‘이대남’을 의식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주로 청년 남성층에서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이 후보의 행보에 불만도 이어졌다. 11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청년 속에 ‘여성’의 자리는 없는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4년 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한다던 이 후보가 이제는 집권당 후보가 되자 ‘일방통행은 안 된다’며 가로막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 말 한마디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가려 버렸다. 권력이 이재명으로 넘어갔나”고 했다.

[송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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