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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폭염에 전력 부족 위기

[자본시장 속으로] 공급난, 전력난, 반도체난, 난난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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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이 글로벌 공급난의 중심에 있는 듯하다.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과 수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 증시는 역대급 탈동조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공급난은 반도체 공급 부족,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동남아 생산 차질, 중국의 전력난 등이 복합된 결과다. 물론 코로나 이후 이연 수요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중 동남아 생산 차질은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 중국은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쯤이면 ‘푸른 하늘’에 대한 정치적 요구와 겨울철 난방 수요가 감소해 전력난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반도체 공급 차질이 문제다. 반도체도 메모리 반도체와 최신 공정의 로직 IC(논리 집적 회로)는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있다. 단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 반전했다. 반면에 오래된 성숙 공정의 로직 IC는 공급 부족이 지속해 2023년 중반쯤에야 수급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성숙 공정이라 하면 90나노미터(nm) 이상 기술 노드(node)의 8인치 팹(Fab)과 90nm에서 12nm에 걸친 12인치 팹을 일컫는다. 공급 부족의 정점에 있던 PMIC(전력관리 칩)는 대부분 150nm 공정과 8인치 팹에서 생산된다. TSMC와 삼성전자가 3nm 공정 기술을 다투고 있는 세상에서 90nm 이상의 오래된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만큼 파운드리 업체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P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nm 이하 최신 공정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성숙 공정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다.

당분간 성숙 노드 공정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이다. 강한 수요를 끌어내는 촉매로서, 스마트폰 내에서 칩 면적이 큰 OLED DDIC(디스플레이 구동칩), 높은 사양 이미지센서 등의 채용이 늘고 있고, 코로나 이후에 자동차 및 산업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센서, PMIC 등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WiFi 6E, PCIe 5.0(차세대 인터페이스)처럼 5G와 IoT, 네트워크 및 서버 기술이 진화할 것이다.

특히 28nm/22nm 공정의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정에서는 주로 WiFi 및 연결 콤보 칩, 이미지센서, OLED DDIC, MCU 등이 생산되고,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부품 재고 정책이 바뀌고 있는 점도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적시(Just-in-time) 생산과 적시 관리가 진리였고, 적정 수준 이상의 재고는 큰 위험이었다. 그러나 최근 지진, 화재, 한파 등 거듭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생산 차질을 경험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부품은 장기적으로 고성장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파운드리 업체들도 증설에 나서고 있다. TSMC, UMC, Global Foundries, SMIC 등이 신규 라인을 짓고 있다. 다만, 이들 라인은 2023년 상반기까지 점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2023년에도 일부 성숙 노드가 여전히 공급 부족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말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ROI(투자자본수익률)나 투자회수 기간 측면에서 성숙 노드 공정의 증설을 회피하는 게 당연하다. 대규모 증설에 나설 때 향후 수요 감소 사이클을 우려해야 한다. 적당히 증설하고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을 누리려고 할 것이다. 완제품의 특성상 단 하나의 부품만 모자라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불안한 마음으로 공급난 완화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요소수 대란을 겪고 있고, 부품공급망 관리 역량에서 가장 앞선다는 천하의 삼성전자가 베트남의 코로나 확산으로 공장이 멈추는 모습을 목격했다. 원가 우선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데 부품 원가 싸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재와 부품의 공급처를 지역별로 다변화하고, 부품공급망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응에 따라 중국 완제품 업체들과 격차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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