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특검 도입하나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여야 합의해서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특검은) 저의 무고함도 재차 확인하는 그런 과정이 될 것”이라며 “완전히 진상 규명하고, 잘못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책임지는 특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장동 특검에 대한 이 후보 입장은 “특검은 시간 끌어서 정치 공세 하겠다는 것”(10월 18일)→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특검도 필요하다”(11월 10일)→ “제가 나서서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11월 18일)로 바뀌어 왔다. 이런 변화는 이 후보가 처한 지지율 정체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선 대장동 특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후보 선출 후에도 이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자 “이 후보가 특검에 떳떳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5%가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특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관여한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까지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특검 수사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만약 특검이 수사하면 포괄적으로 뿌리부터 열매까지 전부 다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태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부산저축은행 사안까지 수사 대상에 끼워 넣는 것은 특검을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특검을 강력 요구하겠다”는 이 후보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특검을 받겠다고 하지만, 정작 협상 주체인 민주당은 ‘조건 없이 만나 논의하자’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후보도 이날 부산저축은행 사안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민주당 요구에 “특검을 회피하기 위한 물귀신 작전일 수 있다”고 했다.
특검 임명권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대립하고 있다. 통상 특검은 대통령이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 교섭단체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임명한다. 그러나 법안을 조정하면 임명권자를 대통령 외 다른 인사나 단체가 하도록 할 수 있다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 관련) 고발 사주 의혹 특검 임명권은 여당이 갖되, 대장동 특검 임명권은 야당에 넘기라”고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에 불리한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교차 지명’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지명한 특별검사가 고발 사주 의혹을, 국민의힘이 지명한 특별검사가 대장동 의혹을 각각 수사하게 된다. 이 같은 ‘특검 교차 지명’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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