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北 주재 러시아 외교관, 車 수입에 2년 걸려” 제재 받는 북한 실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러시아 외무부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8명이 이날 두만강 철교로 양국 간 국경을 넘으면서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짐을 실은 철길 수레를 직접 밀었다고 밝혔다./러시아 외무부 인스타그램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비밀 내부 문서를 입수해 북한에 체류했던 외교관, 전문가, 구호단체 직원 등이 겪은 북한 실상을 22일(현지 시각) 전했다. 인터뷰를 한 외교관 300여 명 중 100명가량이 러시아 관계자였다.

북한이 유엔 및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받고 있어 외교관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2011년 9월 당시 발레리 수키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서방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허가해주지 않아 직원들 월급과 대사관 운영 비용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현금 보따리로 싸 들고 와야 했다고 밝혔다. 차량 수입도 어려워 관용차를 구하기 위해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벤츠를 구입한 뒤 북한으로 가져왔는데 이 모든 과정에 2년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였던 캐런 울스턴홈은 물과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아 영국, 독일,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외교 단지는 발전기 한 대에 의존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쿠바와 몽골 대사관은 발전기가 고장 나 어려움을 겪었다. 브라질 대사관은 제재 때문에 현지 은행 계좌로 직접 돈을 이체하지 못해 중국 은행을 통해 송금했는데, 중국은 이체할 때마다 목적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대사관은 컴퓨터, 복사기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경 폐쇄, 여행 금지 조치를 도입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2월 러시아 외교관들은 기차와 버스로 국경까지 이동한 뒤 철길 수레를 직접 밀며 이동해야 했는데 34시간이 걸렸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들은 특히 북한 정부의 과도한 관료주의적 통제를 비판했다. 2011년 12월 당시 게르하르트 티데만 독일 대사는 서방 외교관 대부분이 북한 관리들과의 접촉이 극도로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인도적 지원 사업을 감시하기 위해 지방을 방문하려면 북한의 ‘경호’와 공식 허가가 필요했다고 한다.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하겠다는 요청도 줄곧 거절됐다고 전했다.

[최아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