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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국내 연구진 ‘시스플라틴’ 항암효과 비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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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홍석철 교수팀, 시스플라틴 작용원리 분자 수준 규명

헤럴드경제

크로마틴 구조의 고정을 통한 시스플라틴의 항암 효과를 설명하는 물리적 모델. (A)자석 구슬에 부착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의 개략도. (B)인가된 힘과 고농도 염에 의해 붕괴되는 정상 단일 크로마틴 분자. (C)시스플라틴 결합에 의해 비가역적으로 고정된 단일 크로마틴 분자.[고려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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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핵산에 결합해 구조변화를 유발하는 대표적 항암제 시스플라틴이 접착제처럼 작용해 크로마틴이라는 DNA단백질의 변화를 막아 항암효과를 발휘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홍석철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 항암제 시스플라틴의 작용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핵산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 11월 24일 게재됐다.

인체의 유전정보가 담긴 이중나선 DNA는 모든 세포의 DNA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를 250만 번이나 감을 수 있을 정도라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실제 DNA는 실패에 감긴 실처럼 단백질 복합체를 중심으로 이중나선이 감긴 크로마틴이라는 형태로 고도로 압축돼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내 작은 핵 속에 들어있다.

인체 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은 이러한 크로마틴 구조가 느슨해지고 팽팽해지는 가역적인 새단장 과정을 통해 조절되는데, 시스플라틴이 마치 접착제처럼 작용해 크로마틴의 변화를 막아 항암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DNA는 대부분 크로마틴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의 중요한 표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과 결합했을 때 크로마틴의 물성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용수철처럼 가역적으로 새단장(리모델링)되는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과 결합할 때 영구적으로 탄력성을 잃는 것을 확인, 강하게 잡아당기는 물리적인 자극이나 고농도의 소금물 같은 화학적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크로마틴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성트위저 장비 덕분이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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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철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고려대학교 제공]


실제 생체 환경에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을 표적으로 강력한 항암효과를 낸다는 것을 확인하는 한편, DNA 표적 기반 항암제의 개발과 효능 측정 장비로서 자성트위저를 제안한 이번 연구는 세종대학교 이남경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김재훈, 송지준 교수팀, 고려대학교 김준곤 교수팀과의 협력연구로 이뤄졌다.

홍석철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성과는 시스플라틴의 약리적 표적이 순수한 DNA라기보다는 보다 응축된 상위 구조인 크로마틴 형태일 수 있음을 제안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DNA를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항암제의 효능 측정과 작용원리 규명 및 강력한 항암제 디자인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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