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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로 지구촌 인력 대거 이탈...親이민 정책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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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필수 노동력 확보’ 특명

이른 퇴직·유연 근무로 노동력 ‘구멍’

美·日·유럽·캐나다 등 인력 부족 심각

유럽 코로나19이후 불법입국 16만명

EU, 고용주-노동자 연결 인재풀 계획

美·英은 구인난에도 ‘친이민’ 도입 주저

헤럴드경제

멕시코의 난민이 29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 국경으로 이동 중이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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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려는 세계 각국이 인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속되는 구인난에 이민자를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하려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학자는 고령화와 같은 인구 통계학적 변화가 인력 부족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른 퇴직과 유연한 근무 방식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인력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필수노동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농업, 건설업, 제조업, 교육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사라지면 전체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일본 등 많은 국가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인력 부족에서 오는 공급망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결국 인력을 구하려는 많은 국가는 반(反)이민에서 친(親)이민 정책으로 흐름을 바꾸고 있다.

▶유럽, 코로나19 확산에도 친이민 정책 펼쳐=유럽연합(EU)은 이주민과 관련된 새 법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EU 내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었지만 EU는 이를 제지하는 대신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EU 국경관리기구 프론텍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허가 없이 유럽 국가에 입국한 사람은 16만명이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EU는 새 법을 통해 계절 근로자에게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3개월 체류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와 비 EU 국적의 노동자를 연결하기 위한 인재 풀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EU 회원국이 인력 부족을 겪을 때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관련 법을 위해 EU 시민 자유 위원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찬성 497표로 입법 발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독일 또한 이민자 수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데틀레프 쉘레 독일 연방고용청 국장에 따르면 독일은 향후 15년간 500만명의 노동자를 잃을 전망이다. 이를 채우려면 연간 40만명의 새로운 노동자가 필요한데, 문제는 기술보다 대학 교육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호등’연정에 합의한 독일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독일을 이민자에게 더 매력적인 목적지”로 만들겠다며 5년 거주한 이주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8년을 채워야 했던 기준이 완화됐다. 이외에도 이주민의 학업과 견습 기회를 개선하고, 비자 처리 과정을 간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도 ‘화끈한’ 이민자 수용 정책을 발표하며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100만개 넘는 일자리가 공석이었을 정도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캐나다는 2023년까지 120만명의 이민자에 새 거주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캐나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임시 외국인 근로자와 학생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발급해 이주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캐나다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4만6315명이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이는 역대 월간 기록 중 최다 수치다.

숀 프레이저 이민부 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전 세계에 있는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며 ‘인재 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美·英, 친이민 정책 전환에 ‘먹구름’=그러나 똑같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친이민 정책 전환에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 정책을 뒤집어놓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지지자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민 정책은 결국 바이든 정권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구인난 속에서도 친이민 정책을 택할 수 없는 이유는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민 정책의 노선 변경은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기가 쉬운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에게는 위험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미국 여론도 이민 정책에 부정적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유가브(Yougov)’와 CBS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8%의 응답자가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이민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21%는 이민자 수용에 완전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던 바이든은 이를 의식해 다시 반이민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은 다음 달 ‘멕시코에 남아라’라는 정책을 부활할 예정이다. 이는 망명 신청자가 미국의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멕시코에서 대기해야 하는 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했던 조치다.

심각한 구인난을 오랜 기간 겪어왔던 영국 기업은 이주 노동자의 비자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첫째주 130만명의 일자리가 공석인 것을 두고도 “저임금 이주 노동자의 유입을 계속 막을 것”이라며 반이민 정책 흐름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영국산업연맹(CBI)는 구인난이 2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이주 노동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크리스토프 뒤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이주연구 책임자는 “코로나19는 일자리에 변화를 가져왔다”며 “각국은 이민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알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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