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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온 가족 소총 든 '크리스마스 사진' 올린 미국 의원…"산타, 총알 주세요"에 비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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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이 성탄절을 앞두고 공개한 가족 사진 때문에 수많은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가족이 트리 옆에서 군용 화기와 같은 라이플 소총들을 들며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얼마전 미시간주(州)에서는 학교 총기 사건으로 네 명의 학생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진 바 있는데 유가족의 슬픔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켄터키주가 지역구인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4일(현지시간)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실내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매시 의원 본인을 포함한 남성 4명과 여성 3명은 모두 기관총과 반자동소총 등 총기를 들고 웃고 있었다.

메시 의원은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총알도 주세요"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5일 밤 현재 매시 의원의 게시물은 7만건 이상의 '좋아요', 1만2000건 이상의 리트윗을 받았으며 5만건 이상의 댓글이 올라왔다.

마시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는 댓글과 비난하는 댓글들을 모두 리트윗했다. 철면피하다는 비난을 퍼부은 사람에게 댓글을 달았는데 "무기 판매에 제약이 따르지만 여러분은 어떻게든 무슨 수를 해서든 몰래 빼낸다"면서 "무기 판매에 대한 제약은 소파 아래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USA투데이는 매시 의원의 지역구는 공화당 성향이 매우 강하고, 매시 의원은 평소 모든 사람은 총기 소유의 권리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면서 각종 총기 규제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가족 사진은 미시간주 옥스포드 고교에서 이선 텀블리(15)가 AR15 라이플소총으로 4명의 학교 친구를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일이 벌어진 지 며칠 뒤에 올라왔다. 이선의 부모는 아들이 걸핏하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싶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도 함께 총기를 사러 가거나 총기를 넣어둔 서랍을 엄밀하게 관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총기 사고에 자녀들을 잃은 가족들은 일제히 마시 의원과 가족들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프레드 구텐버그의 딸 제이미는 미국의 총기 난사 가운데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에 희생됐는데 프레드는 딸과 그녀의 묘비명 사진을 마시 의원의 포스트에 댓글로 달았다.

같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난이 쏟아진다.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애덤 킨징거는 일종의 "총기 페티시즘(신체 일부나 특정 사물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일)"이라고 마시 의원에 대해 직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홍보를 책임졌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내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마시와 상대할 누구에게라도 선거자금을 기부하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반면, 콜로라도주 하원의원이며 총기 소유 옹호론자인 로렌 보버트는 "내 성탄 카드와 같은 부류"라고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매시 의원 측은 정작 본인의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것 외에 미국 언론들의 문의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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