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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오미크론' 변이 확산

오미크론 8배 폭증한 남아공…봉쇄령 대신 '위드코로나' '백신'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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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백신 접종 확대에 집중, 거부감 여전히 커]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처음 알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규 확진자가 급증세다. 이미 베타·델타 변이로 하루 2만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을 겪었던 남아공 정부는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은 백신 접종을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 방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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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 중인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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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확진자 740% 폭증한 남아공

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남아공의 지난달 22~28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2만9373명으로, 직전 주(11월15~21일) 대비 739.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전주 대비 128.1% 늘어난 219명이었다. 남아공 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6∼7월 사이 있었던 1∼3차 유행 때보다 최근의 확진자 증가세가 훨씬 가파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방역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 며칠 새 하루 확진자가 1만6000명대로 급증했고, 양성률도 26.4%까지 치솟았다. 오미크론이 집중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 하우텡주의 감염재생산지수는 2.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교회는 대면 예배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참여하는 축제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웨스턴 케이프의 한 축제 주최 측은 소셜미디어(SNS)에 행사 취소를 알리면서 "참여하기로 했던 학교 대부분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전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남아공 정부는 4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입원 환자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병상을 확보하고, 체육관과 문화시설을 개조해 만든 일부 야전병원의 운영을 재개하기로 했다. 더불어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접근성이 높은 쇼핑센터와 교통 중심지에 임시 접종소를 마련했다. 내년 초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기업들은 백신 의무화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남아공 최대 이동통신사인 MTN은 이날 모든 직원에게 내년 1월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지 않는 직원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랄프 무피타 MTN 최고경영자는 "고용주로서 우리 기업을 최고 수준의 보건 및 안전 기준에 따라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최대 은행인 스탠다드뱅크와 보험사 올드뮤추얼도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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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 중인 남아공 의료진/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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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대신 백신 택한 정부, 오미크론 막을 수 있을까?

남아공 정부는 백신 접종에 집중하면서 당분간 봉쇄 수준은 현 상태로 유지할 계획이다. 남아공은 봉쇄 5단계 가운데 가장 낮은 1단계가 적용돼 있다. 자정 이후 통금 등 일부 제약 사항을 제외하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준하는 조처다. 정부는 봉쇄 단계를 상향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업이 남아공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봉쇄를 강화하면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전략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남아공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25.4%에 불과하다. 최근 오미크론이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을 재감염시킬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미접종자들은 백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의 낮은 접종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타이밍'이다. 필요할 땐 없던 백신이 경계감이 느슨해질 때 돼서야 마련된 것이다. 남아공이 베타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던 당시에는 백신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후 델타 유행이 사그라들고 팬데믹 이후 신규 확진 규모가 최저치로 떨어지자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됐다. 이에 정부는 사회·경제 관련 방역 조처를 대부분 해제했고, 남아공 국민들은 이를 코로나19 사태가 끝났다는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이게 됐다.

여기에 가짜뉴스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백신이 악마의 창조물이라는 음모론도 유명 교회와 정부 고위직 인사의 동조를 받으며 퍼져나갔다. 조 파흘라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젊은 층에 널리 퍼져 있는 가짜뉴스와 돌파감염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백신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을 두고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증상이 대체로 경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게 남아공 의료진의 평가다. 다만 아직 확산 초기인 만큼 지금까지 나온 정보만으로는 오미크론의 특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남아공 의학연구위원회는 "오미크론 발견 이후 첫 2주간의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환자들의 추이는 바뀔 수 있다"며 앞으로 2주간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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