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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자동차·조선업 갈길 바쁜데···또 강성노조에 휘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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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력산업 잇단 강경 勞 등장

현대차 노조지부장에 안현호 당선

고용 안정 내걸며 사측과 대립 예고

현대중공업은 파업 리스크 떠안아

기아차·한국GM도 '전운' 고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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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 현장에 강성 노조가 다시 들어서고 있다. 일찌감치 강성 성향의 차기 집행부가 꾸려진 현대중공업에 더해 현대자동차에도 각종 강경 투쟁을 이끈 전력이 있는 강성 지도부가 선출됐다.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와 원자재난 등 악재로 위기감이 높은 가운데 신임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의 갈등을 예고하면서 내년도 경영 시계가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기호 4번 안현호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 4만 8,749명 가운데 2만 2,101명(53.3%)이 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안 후보는 전주공장과 판매지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2위를 차지한 권오일 후보를 앞섰다.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는 강성 후보 간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실리를 중시하는 중도 성향의 현 위원장인 이상수 후보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특히 안 당선인은 함께 결선에 오른 권 후보보다 더 센 ‘초강성’ 성향으로 평가된다. 금속연대 출신인 안 당선인은 현대정공 시절인 지난 1994년 구조 조정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강성 지도부가 ‘고용 안정’을 주장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등에 난항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안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이번 선거에서 정년 연장, 4차 산업혁명 관련 고용 대책 등 고용 문제에 더해 상여금 전액 통상 임금 적용, 초과 근무 30시간 적용 완전 월급제 등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벌써부터 최근 3년간 이어온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 행진에 제동이 걸리고 2012~2018년 7년 연속 파업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GM은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기호 1번 김준오 후보가 득표율 56.7%로 당선됐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예선에서 이미 두 후보가 결선에 올라 강성 노조 출현이 예고됐다. 전기차 등 신차 배정이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다만 최근 내한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 전기차의 한국 생산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신임 노조가 과거와 같이 파업을 반복한다면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 공장의 안정성을 낮게 봐 물량 배정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선거가 마무리되지 않은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는 16~17일 1차 투표, 26~27일 결선 투표가 예정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임원 선거에서도 총 3명의 후보 가운데 2명이 강성으로 분류된다. 정년 연장 등으로 현대차 노조보다 한층 강력하게 사측과 갈등 구도를 형성해온 현 집행부도 출마를 선언했다. 기아에도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현대차그룹 내 강성 노선이 주류가 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동화 등 미래차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고용 문제에 대해 연착륙하는 동시에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처럼 수주 훈풍이 부는 조선 업계도 강성 노조 위원장 당선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2일 치러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24대 임원 선거에서 정병천 노조지부장이 당선된 것이다. 정 지부장은 강성 노조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는 2019년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법인 분할)을 진행할 당시 임시 주주총회장 점거를 이끈 인물이다. 당시 그는 노조 집행부 조직쟁의실장으로 관련 집회를 기획,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거 공약으로 그는 기본급 중심 임금 인상, 사무직 포괄 임금제·성과급 폐지, 정년 연장, 하청 (노조) 조직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 지부장 당선으로 현대중공업은 당장 올해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노조는 현재 올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상황으로 정 지부장이 파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수주 훈풍 속 실적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파업 리스크에 따른 선박 인도 연기 등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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