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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30년전 남북기본합의서는 모두스 비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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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적 합의로 승화땐 남북관계 기여"

채택 30주년 기념학술회의 개최

진보 보수 "남북통일 기틀" 한목소리

1991년 12월 13일 남북이 정치분야에서의 화해, 군사분야에서 불가침, 경제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규정하고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잠정협정을 의미하는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일보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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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을 맞아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김연철)과 동아시아문화센터(원장 노재헌)가 13일 주최한 기념학술회의에서 남북이 당시의 합의 정신을 살려 이젠 영속적 합의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취지로 모두스 비벤디가 제시됐다.

모두스 비벤디는 국제법상 분쟁해결을 위해 당사자간에 편의적으로 체결되는 잠정적 협정이나 일시적 합의를 뜻하는 외교용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30년 전 남북이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는 탈냉전과 민주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국내 통일 열정을 (노태우 정부가) 배척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며 “모두스 비벤디의 산물로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항구적인 합의로 승화시키면 통일방안이나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작성을 주도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중시했고,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당시 야당 지도자들과의 합의도 중시했다”고 덧붙였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임 전 장관은 “그동안 남북관계는 진전과 후퇴,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며 “지난 30년의 (남북관계) 역사는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 문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경험해 왔다”고 밝혔다.

임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의 적대 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땅의 주인인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발전 노력을 통해 미북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인내심과 일관성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남북관계 전환 과감한 정책”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독)는 축사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는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이었다”며 “대승적 결론에 합의한 정책결정자들과 여야 정치 선배들의 모습을 지금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통일 기틀 마련했지만 北 도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한 통일의 향한 기틀이 마련됐지만 지난 30년간 남북관계는 많은 부침을 겪어온 게 사실”이라며 “최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핵무기 개발, 미사일 실험 등 비상식적인 무력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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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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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학술회의에서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다시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 간 영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코로나로도 막을 수 없는 남북대화의 굳건한 채널을 하나 더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남북관계와 관련한 초당적 협력을 위한 제안도 이어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나는)북한 핵문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만 인도적 지원문제는 우파중 적극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건의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대통령과 야당 의원이 만나는건 문제가 있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만나는게 어떻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대통령과 야당의 외통(외교통일)위원장의 대화가 안되는데 초당적 협력이 되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도 준비가 안 돼 있고, 정파적으로 (대북문제를) 보고 있다"며 "인도적 대북지원을 해주자고 하는데 무슨 사건이 터지면 쪼그라 들곤 한다"며 "오히려 보수 야당에서 (북한의)영유아, 산모들을 지원하자고 더 적극적으로 해야 돌파구가 열린다"고 제안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노무현 정부)은 "요즘 정부 사람들은 모든 문서에 비밀 번호를 거는 등 보안을 중시하는데 내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을 해 봤지만 보안 지킬 것은 몇개 안된다"며 "요즘 공무원들은 그 시절보다 더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대북정책의 초당적 협력을 위해선 정상회담이 정해지거나 하면 아무리 비밀 스러운 이야기라도 무조건 제1야당의 당수와 지도부를 찾아가 제일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며 "정책이건 정보건 (야당에서) 듣기 싫다고 해도 얘기를 해주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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