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수능 오류 논란이 일단락됐다. 강태중 평가원장도 이번 판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해당 문항에 대해 전원 정답처리가 이뤄지면서 서울대나 의대 등 이과 최상위권 입시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수시전형에서 탈락하는 경우, 추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과목 20번 문항을 ‘전원 정답’처리해 재채점한 결과,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은 모두 달라졌다. 전원 정답처리로 평균이 올라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69점에서 68점으로 1점 떨어졌고, 최고점자 수는 6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로,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바뀐 성적으로 1등급 커트라인(컷) 표준점수는 65점에서 66점으로 올라갔으며, 1등급 학생수는 309명에서 269명으로 40명이나 줄었다. 2등급 컷은 그대로 63점이었지만, 2등급 학생 수는 508명으로 79명이나 감소했다. 3등급 컷도 유지됐지만, 인원은 746명으로 109명 늘었다. 1~2등급 사이, 2~3등급 사이에 있던 학생 다수의 등급이 재채점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20번 문항의 오답률은 75.4%로 수험생 상당수는 전원 정답처리를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재채점으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진 수험생 40명과 2등급에서 30등급으로 떨어진 79명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결과는 올해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전형은 물론이고 수시전형에서도 상당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어 이를 맞추지 못한 학생이 추가로 발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거의 1등급을 요구하므로 재채점으로 인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진 학생들은 실제로 피해를 보게 된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생명과학Ⅱ에서 1점이 매우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추후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147점(미적분·기하)을 맞은 수험생은 2702명이지만, 의학계열 정시모집 인원은 1965명, 약학계열 정시모집 인원은 783명 등 총 2748명이다. 이에 따라 이과 최상위권에서 수학의 변별력은 예년에 비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주요 대학의 자연계 학과나 의·약학계열은 과학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보통 30%여서 수학의 비중과 거의 같고, 일부 대학은 과학탐구Ⅱ에 10%의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생명과학Ⅱ 재채점 결과는 의예과 등 수시전형 최저학력기준이 높은 곳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재채점으로 2등급으로 떨어진 수험생의 경우, 20번 문항의 원 정답자일 가능성이 높아 등급 하락으로 의학계열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추후 정보공개 청구나 행정소송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3과목 모두 1등급을 충족해야 하는 가천대, 경북대, 연세대(미래), 인하대, 계명대, 건양대 입시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4과목 중 3과목은 1등급, 1과목은 2등급이어야 하는 고려대, 이화여대나 3과목 중 2과목은 1등급, 1과목은 2등급이어야 하는 부산대, 전북대, 인제대, 충남대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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