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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위드코로나 중단

"의료체계 준비없이 거리두기 강화?…근본적인 해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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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거리두기만이 정답 아니야…복지부·의료계 반성할 때

뉴스1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10월 1일 서울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2021.10.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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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가 45일 만에 멈췄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끊어내려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명까지로 축소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은 밤 9시까지로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는 1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적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대책만으로 유행을 누그러뜨리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일상회복을 시작한 터라 지금 상황이 당연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코로나19 환자 치료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방역 의료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김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체 기합'이라고도 비판한 바 있다.

지역별로 책임지고, 진료 협력 등에 있어서는 대응 체계를 싹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가 "병상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현 정부의 핵심 의료정책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도적으로 관여한 김윤 교수의 주장이기에 이목이 집중됐다.

뉴스1은 김 교수에게 16일 일상회복 중단 의미와 현행 방역 의료체계의 대안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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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국민들이 주목해야 할 위기의 공공의료 진단과 처방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시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2021.5.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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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위드코로나를 중단하고 다시 '거리 두기'를 꺼내 들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단계적 일상회복'의 필연적인 결과라 할까. 확진자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다. 그런데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확산세를 둔화시킬 수 있어도 감소세로 돌릴 수 있을지 역시 모르겠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돌파 감염을 예상하지 못해 생긴 문제다. 정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지만 미리 "위기가 오겠다, 대응해야겠다"는 취지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16일 동안의 고강도 거리 두기로 확산세를 억제할 수 있을까.
▶정부가 거리 두기의 목표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니 효과도 파악하기 애매하다. 일단 위중증 환자가 크게 줄지 않으면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까.

정부가 의료대응 역량과 보건소의 역학 역량을 키워야 단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응할 텐데 의문이다. 정부는 일상회복을 이행할 때 말로는 "역량 강화한다"며 실제론 별로 강화하지 않은 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위드코로나를 진행했다.

-10월 초부터 위드코로나를 주장했고 '거리 두기'를 비판했던데.
▶TTI(Test, Trace, Isolation, 검사, 추적, 격리) 등의 역량을 강화하지 않고 거리 두기 강도만 높이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고 방역 효과는 크지 않았다. 외국 사례를 차용하며 '방역 사대주의'에 빠진 것이다.

외국은 확진자가 늘고 병원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러야 거리 두기와 방역패스를 강화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일 확진자가 그만큼 많지 않다. 확진자 수는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10배 많은데 치명률은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5배 더 높다. 이게 문제 아닐까.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부에 조언한다면.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 30% 밑으로 떨어졌다. 이 비율을 올리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는 안 늘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재택치료는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데 급하게 하다 보니 재택치료도 보건소에 맡겼다.

보건소는 인력이 없어 허덕인다. 보건소 방역 인력 2000~3000명 늘릴 예산 2000~3000억만 투입했어도 지난 1년 반 20~30조에 달하는 고강도 거리 두기의 피해액을 줄일 수 있었다. 정부는 방역 의료 대책의 근본이 뭔지 보지 않고 줄곧 거리 두기만 연장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외국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중증, 응급 환자를 많이 본다. 코로나 중환자가 늘면 일반 환자 중 미룰 수 있는 입원, 수술 미루고 코로나 환자에 집중한다.

우리나라는 병상을 고정해놓은 채 코로나19 환자를 보라고 한다. 그래서 입원해야 할 환자가 늘면, 병상을 기다리게 되고 사망하는 일도 벌어진다. 의료 체계를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는 복지부에 아쉬울 따름이다.

민간병원 중심의 현장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려 하지 않는다. 치료할 수록 감염내과·호흡기내과 의료진들의 부담만 늘어난다. 그래서 공공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돌보는 데 전념하고, 이곳에서 다른 진료를 받던 사회적 약자는 밀려나는 것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도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민간병원의 코로나19 진료 비중을 늘리고 공공병원이 이전에 돌보던 취약계층을 다시 진료할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단계적 일상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병상확충 방침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로 들린다.
▶병상이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보니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일상적으로 관리, 치료하려면 우리가 응급의료센터를 정하듯 감염병 진료센터를 정해 지역별로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방역과 국민 일상 모두 보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코로나19는 1~2년 있다가 없어질 감염병이 아니라 수십 년 간 재유행을 반복하는 풍토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1917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 사례처럼 될 것 같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일시, 임시적인 체계가 아니라 국민 일상에 자리 잡아야 한다.

지역마다 확산세에 대비해 예비로, 언제든 필요할 때 병상·인력 등 의료자원을 동원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 낡은 지침으로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지역 단위, 전문가 중심으로 의료자원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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