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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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합니다.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사면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입장문은 '국민 통합과 화합'이 핵심 메시지다. 더 이상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단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면 대상에서 빠진데 대해 정치권에선 의아함을 나타낸다. 물론 문 대통령이 직접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이번 사면에) 고려했다"고 말한 걸 보면 두 전직 대통령의 건강 상황이 큰 차이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그럴 뿐 청와대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케이스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된 배경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른 것 같다"며 "기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두 분의 케이스는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 분이 어떻게 다른지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며 "짐작하시는대로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크게 차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국민 공감 측면에서 차이가 났다는 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차이가 많았던 것 같다"며 "여론조사 지형을 볼때도 단순히 수치로 해석하긴 어렵지만 국민 공감대를 잣대로 적용할때 내용적으로 잘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이 전 대통령은 복역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23일 구속 수감된 이래 두 차례 석방과 수감을 반복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작년 11월2일 재수감됐다. 지금까지 수형 기간은 약 2년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그보다 약 1년 전인 2017년 3월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돼 약 4년9개월 간 수감 중으로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 수감됐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1.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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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사면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얘기한 두 전직 대통령 차이가 바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 제공을 이명박 정부가 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1년에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명박정부의) 칼 끝은 슬슬 (노무현) 대통령에게 겨눠지기 시작했다. 먼저 대통령 기록물을 두고 망신주기가 시작됐다. 마치 참여정부에서 잘못한 것을 자신들은 설거지하는 것처럼 몰아갔다. 그 무렵이 돼서야 '아, 이명박 정부가 노 대통령과 봉하마을을 상대로 정치적 대립국면을 형성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또 이 책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우리도 촛불시위의 후속 대응이 정치보복이고, 보복의 칼끝이 우리에게 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증오심과 적대감이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한참 후에 알게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회고한 것처럼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현실적으로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옆에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과 친노·친문 핵심 인사들에게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확연히 다른 케이스로 보일 것"이라며 "청와대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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