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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선대위·가족·토론회’ 윤석열이 넘어야할 세가지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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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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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1년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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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부를 가르는 쟁점은 상대와의 차이가 아닌 후보를 둘러싼 문제에서 촉발된다. 정책적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대선에서 후보 간 역량 차이를 검증할 시간도 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당 내부, 지지자 집단을 끝까지 결집하며 중도확장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다. 이는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의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직면한 과제도 대선의 기존 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과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윤 후보는 해당 부분에서 모두 문제를 떠안고 있다.

■자중지란 선거대책위원회

선거를 돕는 조력 집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관계자) 세력 간의 마찰이다. 지난 11월 말, 이 대표의 잠행으로 정점에 치달았던 갈등은 20여일 만에 되풀이됐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 12월 21일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비롯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비슷한 구도의 갈등이 한 달도 안 돼 반복된 상황은 국민의 실망감을 키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갈등은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인물 간 문제라는 점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이 볼 때는 굉장히 황당하고 피로감만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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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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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가 무너지고 있는 원인을 원칙 없는 인재영입에서 찾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페미니즘 비판, 쟁점 사안에 대한 직설적 표현을 지지하는 2030 남성층이다. 이들은 곧 국민의힘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대표와 젠더 이슈로 각을 세워 온 신지예씨, 이수정 교수 등이 선대위에 영입됐다. 게임 셧다운제를 추진했던 신의진, 손인춘 전 의원 등도 합류했다. 공존이 어려운 인물들이 선거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영입은 이 대표의 사퇴뿐만 아니라 기존 지지세력의 이탈까지 만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가 선대위를 꾸리기 위해 대선에 나선 것인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나선 것인지 모르겠다”며 “윤 후보의 인재영입은 상징성이나 필요성 모든 부문에서 의구심을 만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꾸린 선대위는 ‘잡탕’이라는 원색적 비판과 함께 중요 조타수를 잃고 표류 중이다. 그런데 이번 갈등의 진짜 원인은 윤 후보의 또 다른 과제가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가족 문제다.

■불어나는 가족 의혹

이 대표가 사퇴하기 직전 마찰을 빚은 것은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이다. 이들의 갈등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위조 의혹에서 시작됐다. 김씨 의혹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을 지시한 이 대표에게 조 전 공보단장은 후보의 뜻이라며 논의하지 말라고 했다. 또 윤 후보가 당내 의원들의 소극적 대처에 서운해한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제기된 의혹은 2001년부터 13년간 5개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원 채용 과정에서 경력을 부풀린 이력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력서에 담긴 수상 경력도 실제 수상자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수상작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증언 등이 나오고 있다. 제기된 의혹은 두가지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나는 사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다. 이는 김씨가 경력을 증빙할 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해 제출한 경우다. 하지만 논란이 된 수원여대 교수 초빙 지원서는 2007년 작성됐다. 김씨가 마지막 지원서를 낸 2014년까지 경력을 허위로 부풀렸다고 해도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더욱 최근의 경력위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사법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의 처벌 가능성보다 현재의 도덕성 문제다. 윤 후보 측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결혼 전 문제’, ‘야권의 기획 공세’, ‘모든 의혹이 사실인 것은 아니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김씨는 윤 후보와 결혼한 2012년 이후에도 안양대와 국민대 두 곳에 이력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영부인의 활동에는 크든 작든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후보의 대응 전략은 방향 설정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윤 후보는 ‘김씨의 정치활동 최소화’, ‘영부인제 폐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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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2월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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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 가족에 대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 불법 운영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12월 21일 진행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올 1월 25일 이뤄지는 선고결과에 따라 가족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토론 망설이는 후보자

선대위, 가족 논란이 모두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윤 후보 본인이 만드는 문제도 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역량’ 문제다. 대통령은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등의 모든 영역을 다뤄야 한다. 이 때문에 각각의 사안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대선 과정에서 이를 검증해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은 ‘토론’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토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윤 후보에게 여러차례 ‘1 대 1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25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에 출연해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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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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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윤 후보가 법정 토론에만 나선다면 대선후보 토론회는 올 2월 15일부터 3월 8일 사이 세차례 정도만 볼 수 있게 된다. 대선이 3월 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가 각 후보의 역량을 점검해볼 기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월 17~18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7%가 “알권리를 위해 토론회가 많을수록 좋다”라고 답했다. 이강윤 KSOI 소장은 “윤 후보는 이미 경선토론회에서 정책 설명 능력 등에 약점을 노출한 만큼 토론회를 줄이고 싶을 것”이라며 “대선후보에 대해 충분히 알권리가 있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토론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게 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언 후 해명하는 행태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전북대를 방문한 윤 후보는 “가난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고, 왜 필요한지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더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청년 토론회 때마다 반복되는 지각 논쟁도 윤 후보에게는 좋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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