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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TF기획] 골프장~백화점 다양한 사회 속 '갑질'들…"속옷 구매 후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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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백화점 화장품 매장 진상 갑질 고객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 "갑질 피해자들 적극적 대응해야"…"제3자 도움 요청도 방법 중 하나"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여전히, 사회 구석 구석에선 ‘갑질’이 만연하다.

사람들이 몰리면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시국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가 있다. 바로 골프장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데 골프장만큼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몰리는 부산의 한 회원제 골프장.

최근 회원들 중 일부는 ‘부킹 민원’을 유달리 거세게 제기한다. 골프장 예약이 어렵다는 것인데, 해당 골프장 측은 입장이 난감하다.

그도 그럴 만한 게 한 해 동안 170차례나 골프장을 찾은 고객이 부킹이 어렵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골프장은 1년에 300일 영업을 한다. 민원을 제기한 고객의 경우 방문 기준만 놓고 보면 이틀에 한 번씩 골프장을 찾은 셈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2030세대(MZ세대)들이 몰리는 이른바 ‘골프 붐’이 일자 이 골프장은 골프 수요자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런 연유로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날에 골프를 칠 수 없어 쌓인 불만을 가진 일부 회원들의 민원은 골프장 측이 마냥 안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골프장 측은 "모든 고객의 서비스를 제대로 채워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민원을 제기하면 애만 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예약이 어려워진 상황에 불만을 품고 회원들을 모아 뒷담화를 하며 골프장 이미지를 훼손하기도 해 남모를 고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뿐이 아니다. 갑질 행태는 다양하다. 물론 공통분모는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이번엔 백화점이다.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손님이 많이 줄긴 했으나, 과거엔 손님들로 붐볐었던 장소이다.

부산엔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이 있다. 별의별 손님이 다 있다.

해당 백화점 직원들이 그동안 일하면서 겪은 '갑질고객'의 행태를 소개한다.

한 백화점에선 고객이 향수를 사갔다. 1개월 뒤 3분의 1 정도 사용하고 남은 향수를 들고와 교환을 요청한다. 이유는 향기가 구매 당시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백화점에선 한 고객이 구두를 구매한 지 1년 만에 들고와 교환 요청을 한다. 이번엔 구두굽이 빨리 닳았다는 게 이유다.

이밖에 속옷을 구매한 뒤 몇 번 입고 와서는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백화점 직원들은 모두 이들을 이른바 '블랙컨슈머'라고 지칭한다. 이들을 대처하는 건 까다롭다.

한 백화점 직원은 "진상 고객의 경우 고함을 지르며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주변 고객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피해를 감안해 왠만하면 요구를 들어 주는 편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갑질에 대한 대처로 스스로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갑질 감수성 교육 병행을 제시했다.

부산경찰청 청문감사관 한 관계자는 "갑질을 당할 경우 스스로 강력하게 저항 또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갑질을 멈출 수 있다"면서도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질을 하는 자는 스스로 갑질을 행하는 지 모른다. 그게 가장 큰 문제이자 원인이다"면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마찬가지로 갑질 감수성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노교수존이라는 공지글을 내세웠다. 전반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권위주위가 깨지는 분위기다"면서도 "과도한 부분도 있다. 미투의 경우 책임이나 비난이 과도하다. 그러나 여전히 직장 내 성추행 등 갑질은 또 진행 중이다. 어떤 것엔 여론 재판이, 어떤 것엔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이같은 부조화를 깨는 것도 갑질 근절에 있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부산대학교 앞의 한 술집에 붙어있던 공지문이 붙었다. 공지문엔 'No Professor Zone(노교수존)'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공지문는 인터넷상에서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사장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교수들이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리도록 통화를 하거나 계산을 할 때 역정을 내기도 했단다.

그래서 '갑'질이 만연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곳곳엔 아직 떼지 못한 '갑질'이 숨어 있지만, 언젠가 갑질이 근절되는 사회가 도래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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