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ASA ‘아르테미스’ 첫걸음
무인 달 탐사선 1호, 내달 발사
러·유럽, 화성 진출에 도전장
9월 지상 탐사 ‘로버’ 보낼 예정
‘아르테미스 1호’의 일부인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도는 상상도. 오는 2월 무인 비행을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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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한 미국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인류가 우주개척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룬 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우주선을 타고 어디든 자유롭게 떠난다. 탑승객들은 훈련받은 우주비행사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통 사람들이다.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이뤄진 것이다. 달은 태양계 곳곳으로 이동하는 우주선을 위한 터미널로 묘사된다. 우주비행 중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려는 영화 속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 소령(브래드 피트)도 달에서 출발해 화성으로 이동한다. 화성에는 먼 우주로 메시지를 송신하는 시설과 큰 규모의 거주 공간이 갖춰져 있다. 워프 항법이나 광선총이 등장하는 다른 공상과학 영화와 달리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다.
<애드 아스트라> 속 장면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달에 2025년 사람을 재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첫 우주선이 발사된다. 화성에서도 인류의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유럽과 러시아가 지상탐사용 로버를 발사해 궁극적으로 화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를 타진할 예정이다.
■ 달 착륙 첨병 ‘아르테미스 1호’ 발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월 인간을 달에 다시 보내기 위한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다. 무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1호는 달 주변을 도는 궤도 비행을 한다. 추후에는 사람을 태우고 비행한 뒤 2025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게 NASA의 복안이다.
1960년대 추진된 아폴로 계획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아폴로 6호까지는 무인 비행을 했고, 아폴로 7~10호는 사람을 태운 채 지구 또는 달을 공전하면서 착륙선 등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점검했다. 그 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이 인류 최초로 월면에 발자국을 찍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에 확실한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1호는 사람이 탑승하는 공간인 ‘오리온’ 우주선과 오리온을 머리에 이고 날아갈 로켓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으로 구성된다. 오리온은 4명이 탑승할 수 있어 3명이 탔던 아폴로보다 내부가 넉넉하다. SLS는 아파트 33층에 이르는 길이 98m짜리 ‘거구’ 로켓으로, 추력이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킨 새턴 5호보다 15% 강하다.
오리온은 미국 민간기업 록히드마틴, SLS는 보잉이 제작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금은 우주개발 중심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달에서 물의 존재가 입증되고, 자원 채굴 가능성이 확인되면 달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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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러시아, 화성 지상탐사 도전장
화성 탐사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유럽과 러시아가 ‘엑소마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9월 ‘로절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의 로버를 발사한다.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최근 합류한 화성 탐사 경쟁에 새로운 도전장이 날아든 것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미국과 중국의 로버처럼 바퀴를 굴려 이동하는 자동차 형상이며, 화성에는 내년 6월 착륙한다.
이 로버의 가장 큰 임무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화성 유기물 분석장치와 적외선 초분광 현미경, 레이저 분광계 등 생체물질을 찾기 위한 첨단 장비가 곳곳에 탑재된다. 드릴도 갖췄다. 지면에서 2m 깊이까지 파 내려갈 수 있다. 땅속에 숨어 있을지 모를 생명의 흔적까지 훑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자료들은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화성이 인류의 정착지가 될 만한 조건인지 탐색하는 데 활용된다.
올해 9월 발사는 말 그대로 ‘와신상담’ 끝에 준비 중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개발한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원래 2020년 7월을 발사일로 점찍어 놨었다. 그런데 착륙선에 실릴 낙하산 시스템에 미비점이 있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도 발사가 연기된 이유 중 하나였다. 각국 과학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기술적인 문제들을 토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불이 붙을 달과 화성 개척을 향한 열망이 인류에게 어떤 성과를 안길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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