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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앞둔 마구잡이 인사 영입···"꿔다 놓은 보릿자루 만드는 인재영입쇼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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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환영의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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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3일 사퇴했다. 새시대위는 지난달 20일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신 부위원장을 반(反)페미니즘 성향인 국민의힘에 결합시켜 이미지 쇄신 효과를 노렸으나 윤 후보 지지세 하락 속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하자 중도사퇴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외부인사를 영입하며 시도한 이미지 쇄신이 잇달아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 부위원장 사퇴 전 지난해 함익병·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과거 발언이 논란이 돼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조동연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사생활 문제가 불거져 자진사퇴했다. 정치권의 외부인사 영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이 내부 인재를 중용하고 육성에 보다 힘써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다시 ‘이미지’ 보고 외부인사 데려왔지만…

외부인사 영입은 정당이 이미지를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거대 양당 후보의 비호감도가 모두 높은 20대 대선 국면에서 영입된 외부인사들의 기대 효과도 같았다. 지난해 11월29일 민주당에 영입됐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는 ‘30대 워킹맘’이자 ‘항공우주 전문가’로 소개됐다. 청년·여성 지지도가 낮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약점을 상쇄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함익병 앤 에스더 클리닉’의 함익병 원장은 다수의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 노재승씨는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지원하면서 ‘비니모자’를 쓴 채 정부를 비판해 ‘비니좌’로 잘 알려진 ‘30대 청년 남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난달 5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조 교수는 과거 결혼 생활 문제가 불거지며 영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함 원장은 “여성은 권리를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던 과거 발언 탓에 당일 임명이 철회됐다. 노씨도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등 발언이 문제가 돼 나흘 뒤에 사퇴했다.

중책을 맡겨 전면에 내세울 인사를 정당이 소홀하게 검증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정당이 인재를 키우지 못하거나 키워놓고 쓰지 않으면서 외부인사 영입만을 해결책으로 두고 있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됐다.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은 지난달 12일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 영입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분들 영입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만드는 인재영입쇼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재난’ 외부인사…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정치권의 외부인사 영입은 1990년대부터 있었지만 2020년대와 정치적인 상황은 달랐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해외 정당들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 역사가 길고 시스템이 발달돼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국은 민주화된 지 겨우 34년밖에 안돼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1990년대에는 정당 규모가 작았고 ‘86세대 운동권’을 비롯한 정당 외 정치세력이 많았다”며 “당시 외부인사 영입은 정당세력의 포섭이라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이후 외부인사 영입은 세력 간 결합이기보다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개인을 영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눈에 띄는 이력과 정치 참여 의지를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큰 선거때마다 인재를 찾아다니면서도 “인재가 없다”고 호소한다.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김영희 전 MBC 사장과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할 뻔 했다는 점은 이런 현실을 방증한다.

정치권에 한 번 발을 담그면 정치 외의 다른 분야에 발을 담그기 쉽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무한 검증의 잣대에 올라서야 하는 외부 인사들의 숙명이 인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정치권에 잠시 몸담았던 이력 때문에 능력이 있는데도 학계로 돌아가기 쉽지 못한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같은 편이 아니라면 상대 당과 지지자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데 정치에 참여하려는 인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인재를 육성하기보다 외부인사가 주는 반짝 효과에 기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근무하는 한 청년 실무자는 지난달 2일 이재명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청년인재로 영입되는 외부인사들이 청년 여성이나 평범한 청년들을 대표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하루 전 과학계 인재 4명을 ‘청년 인사’로 영입한 것이 적절하냐는 내부의 문제제기였다. 박원호 교수는 “정당이 외부인사를 영입했다가 버리는 것이 과거보다 더 쉬워졌다. 외부 인사 영입에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내부 인재 육성…시도는 있었으나 여전한 한계

정당들이 내부 인사를 키우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거대 양당들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2000년대부터는 당내 위원회를 통한 인재 양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순탄치는 않았다. 서복경 대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여의도연구소 설립 후 인재영입의 토대를 갖췄지만 이명박·박근혜계의 (총선) 공천 파동 이후 시스템이 무너졌다”며 “민주당 계열 정당은 열린우리당 해체 때인 2007년 인재 영입을 비롯한 시스템이 무너졌다가 2015년에 겨우 정비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당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인재가 자라나기 위한 토대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청년과 미래 정치위원회’가 주최한 예비 청년 정치인 간담회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청년 예비 정치인들이 서러워하고 힘겨워 한다”고 했다.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들었지만 생활비와 선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청년들이 선거 도전자로 나섰을 때 지역·당 조직이 배타적으로 대하는 현실이 여전하다는 비판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에서 청년 정치가 몇몇의 기적 같은 사례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구조적으로 보장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썼고, 이재명 후보는 SNS에 이 대목을 공유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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